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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에게 욕하는 아이들

학년말 종업을 며칠 앞둔 때였다. 우리 반의 체육수업은 교담이 하고 있었고 담임인 나는 체육교과 중 보건 영역 수업만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겨울방학 이전에 체육수업이 모두 끝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옆에반 선생님은 교육과정의 수업시간과 상관없이 아이들을 운동장에 나가서 저희들끼리 공차며 놀라고 해주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반 아이들은 너무도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반 아이들도 그렇게 해주라고 졸라 대었다. 그래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내일 그렇게 해주마고 대답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다음날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그럼 강당에라도 가서 피구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강당은 유치원이 졸업식 행사를 하기 위해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불만의 표현으로 교사인 나에게 욕을 했다는 것이다. 직접 듣지는 못했으니 전해들은 말로는 ‘아~, ××년이 체육도 안 해줘!’ 라고 했다는 것이다. 너무도 충격이 컸다. 교사로서의 자괴감을 이렇게 크게 느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1년 동안 아이들에게 뭘 잘못했을까?

자괴감과 마음이 아픈 상태에서 나에게 욕을 했다는 두 아이를 불렀다. 그 두 아이는 평소 활발하고 적극적이며 운동을 좋아하고 교사와의 관계도 원만했다. 크게 교사에게 야단을 맞을 정도로 행동이 거칠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남자 아이들이었다.

“내가 너희들을 1년간 잘못 가르쳤구나. 미안하다. 이제부터 난 너희들의 선생님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날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마라. 며칠 남지 않았지만 나도 너희들을 제자로 생각하지 않겠다. 선생님 제자 명단에서 빼고 이제부터 너희 둘의 이름을 절대 부르지 않으마.”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도중 교사인 나도 사람인지라 울컥 감정이 격해져서 눈물이 솟았다. 아이들도 울면서 잘못했다고 빌기 시작했다.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건 너희들을 잘못 가르친 선생님의 잘못이다. 이제 그만 됐으니 집으로 돌아가거라.”

그런데 아이들은 계속 울면서 잘못했으니 용서해 주라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내가 먼저 교실 밖으로 나왔고 가까스로 연수실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삼십분도 채 안 되어서 두 아이의 부모님께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를 찾아왔다. 아이들이 스스로 부모님께 연락을 했던 것이다. 부모님께서도 나에게 잘못했다고 용서해 주라며 아이들과 함께 빌었다. 나는 오히려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와준 부모님이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그나마 조금은 마음을 추스를 수가 있었다.

물론 철없는 아이들의 철없는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세태가 그렇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말을 너무 막 한다. 잘못해서 선생님께 야단을 맞고도 “아, 짜증 나”라는 말을 대놓고 하며, 자기들끼리 말하면서도 말끝마다 ‘졸라’, ‘지랄’ 같은 욕을 한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교내에서 지켜야할 규정을 정해 놓고 준수하지 않을 경우, 교장은 절차에 따라 부모를 학교로 호출해 경고장을 발부한다고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경고장에 규정 위반 사항과 당시 상황, 학생의 반성 내용, 담임교사 성명 등을 기입한 후 학교에 제출한다. 학교는 이를 3부 복사해 담임교사와 학교, 해당 교육청에 각각 1부씩 비치한다. ‘리퍼럴(Referral)’로 불리는 이 경고장을 3회 받으면 학교는 해당 학생을 퇴학시키고 문제 학생들만 모아 교육하는 특수 교육기관에 보낼 수 있다. 단, 이때 소요되는 교육비용 일체는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뭔가 교사와 학생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일로 선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선생님께서는 그냥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했다. 또 한 선생님은 서울에서 얼마동안 기간제 교사를 했었는데 아이가 잘못해서 나무라자 선생님의 면전에 대 놓고 ‘××년이 지랄하네’라고 욕을 했다고 한다. 아직 교단에 발을 딛기도 전인 그 기간제 선생님의 충격은 나보다 더 컸던 듯 했다. 그래서 며칠간 울고 다녔다고 한다.

그 동안 동료나 친구들에게 아이들에게 욕을 들었다는 소리를 몇 번 듣기는 했었다. 그런데 그런 욕을 내 반 아이가 나에게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1년간 너무도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선생님 한 분은 아이들이 자기에게 욕을 한다며 노이로제에 걸려서 선생님이 복도를 걷고 있을 때 아이들이 뒤따라 걸으면 마치 뒤에서 욕하는 것 같아 홱 돌아보며 ‘너 나에게 욕했지?’ 하며 묻곤 한다고 하셨다.

평소에 나는 아이들을 체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나를 얕잡아 볼 정도로 무르게 대하지도 않는다. 엄하게 대할 때는 체벌을 가하지는 않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따끔하게 야단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교사는 야단 칠 때조차도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게 평소의 나의 교육관이다.

그리고 평소 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학교에서 부모님과 같은 사람임을 강조해 왔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에서는 제일 가까이서 가장 빠르게 너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이므로 나에게 마음껏 의지하라 했었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의 정신적인 성숙을 돕지 못했고 적어도 저희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던 것이다. 인성교육에 참담히 실패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기계적으로 공부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주면서 사랑으로 가르치겠다 약속했고 그러려고 노력해 왔던 것들이 너무도 허무했다.

나의 교육은 어디에서부터 잘못됐던 것일까? 난 지금도 해답을 찾지 못해 반성하고 있으며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교사로서 말할 수 없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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