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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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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전학생 아침 독서로 하루를 연다

3월이 되면, 학생들은 싱그러운 설렘과 벅찬 기대를 안고 새 학년을 맞이한다. 한 학년씩 진급하여 마치 어른이라도 된 듯 기뻐하고, 새로운 선생님과의 시작이 즐겁기만 하다. 전 학년도에 소홀했던 자기 생활에 대한 반성과 다짐으로 새 일년을 시작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봄비를 맞아 부푼 꽃망울처럼 생동감이 넘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갈고 다듬어 아름다운 꽃이 필 수 있도록 해야 할지 고민해 봤다.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들이 참으로 많지만….

교장이 된지 6개월. 한 학기 동안 교장으로써의 역할보다는 교장 수습기간이라 생각하고 3월의 새 학년도에 대한 준비에 골몰했었다. 거창한 교육철학이나 경영관이라는 큰 틀 짜기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가서 크게 미칠 영향력(교육력) 있는 일들을 하고 싶었다. 마침내 전반적인 학교교육과정의 운영과 더불어 전체 학생들에게 미칠 작은 사업들 몇 가지를 선정했다. 그 중에서도 독서를 통한 바른 인성과 알찬 지혜를 키우는 일이 참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침독서 시간(20분간)을 설정해 전 학생은 물론 전 교직원까지도 책을 읽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 등교한 학생들이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우왕좌왕 돌아다니며 소란스럽던 분위기가 없어졌다. 지극히 조용한 분위기,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안정된 분위기,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학교장의 강력한 뜻이라는 것을 듣고 알게 된 것 같았다. 평상시와 다르게 담임선생님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서도 학생들의 독서 의지가 커지는 듯 했다. 바른 자세로 책을 읽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지금의 이러한 독서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어 참으로 즐겨 독서하는 습관을 형성시킬 때까지 다양한 독후 표현활동을 통한 보상, 학생들이 좋아하고 즐겨 읽을 도서의 구입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겠다.

언제나 한산하기만 하던 도서실이 도서 출납 전산처리를 하는 학생들로 붐비게 됐다. 도서 대출 이력이 누적되어 늘어가는 것만으로도 독서의욕을 충족시켜 주는 듯 했다. 4학년 교실을 들렀다. 한 학생이 비교적 작은 글씨의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무슨 책이니?” 말 대신 읽던 책을 덮으며 표지를 보여 주었다. L·O·S·T라는 책명이었다. “읽을 수 있니?” 더듬더듬 “엘·오·에스·티”라고 읽었다. “야아, 잘 읽는구나! 붙여 읽으면 ‘로스트’야 무슨 뜻인 줄 아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재미있니?” “네.” “다 읽어 보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거다. 알게 되면 나한테 알려줄래?” “네.” 며칠 지났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다음 주에 다시 들러서 살짝 물어 봐야겠다.

꾸준한 독서를 습관화 시켜주기 위해서 다양한 보상과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먼저 도서 대출 이력을 조사, 다독학생을 표창하려고 한다. 주 1회 정도는 학급을 다니면서 읽고 있는 책에 대한 내용의 대화를 하려 한다. 물론 담임교사들은 매일매일 독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월 1회 정도 각종 독후 표현활동 대회를 실시하겠다. 캐릭터 그려보기, 느낀 점 써보기, 주인공에 편지 써보기, 독서 골든벨 울리기, 지정 도서에 대한 주요 내용 문답하기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한 동기유발과 적당한 보상으로 독서 습관을 형성 시키려 한다.

어릴 때 읽은 책 한권은 성인이 되어 읽은 수십 권보다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 읽는 책은 읽을 때뿐 금방금방 망각 속으로 사라진다. 삶의 양식과 바른 인격 형성 및 지식과 지혜의 밑바탕이 되는 독서야말로 어릴 때가 중요하다. 책 한권을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인내심, 무엇이든지 읽을거리가 있으면 귀찮아하지 않고 읽는 태도, 새 책을 펼칠 때의 ‘새책냄새’가 구수한 냄새로 식욕이 왕성해져 즐겨 먹는 것처럼 책을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완독할 줄 아는 학생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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