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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부끄러운 교육계 비리, 나도 공범

서글픈 교육 비리

'수학여행 뒷돈 교장 대거 적발, 대규모 징계사태 불가피'

요즈음 연일 터지는 교육계의 비리는 이제 정점을 향해가는 모양이다. 인터넷에, 텔레비전 방송으로 신문으로 대서특필되는 교육계의 비리 문제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이미 공정택 전 교육감이 뇌물수수 사건으로 시끄럽던 교단이다. 그러니 일부의 문제라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라고 강변해 봤자 말하는 사람만 더 우습게 된 현실이다.

교육계 비리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나는 요즈음 교단에서 연일 터지는 비리문제를 접하며 이제야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철저히 밝혀서 뿌리를 뽑고 거듭나는 모습을 보일 때라는 생각이 간절하다. 결코 덮어서 더 큰 문제를 잉태하지 않도록 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경리를 보았던 3년 차 교사의 비애

나는 교단 경력 3년 차 나던 해의 고난을 결코 잊을 수 없다. 2월 초에 첫 아이를 낳고 한 달도 쉬지 못하고 3월 첫날 학교에 나가니 6학년 담임에 경리, 봉급 관리, 비품 관리에다 과학, 합창부, 수학경시부까지 맡기는 바람에 교무실에서 울고 말았고 그 해에는 방학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바로 경리였다. 말이 경리지 장부 정리 담당이 내 차지였다. 교장 선생님은 어디다 어떻게 돈을 썼는지 내게 증빙서류도 내놓지 않으면서 숙제처럼 장부정리를 맡겼기 때문이다. 아마 그때도 관행처럼 그리했을 터였다.

그러니 지금 터지는 교육계의 비리는 그 때의 주먹구구식 회계장부에 비한다면 훨씬 깨끗(?)하리라는 슬픈 자조를 해보는 바이다. 교육청에서 손님(장학사 등)이 오신 날은 무조건 하얀 봉투부터 준비해야 했고, 학교로 들어온 기념품은 둔갑을 해서 물건을 산 것처럼 둔갑을 했으니 시켜서 했다지만, 수 십년이 지난 그 때 1년 동안 나는 비리를 눈감아준 공범노릇을 한 셈이다. 아니, 따질 엄두도 내지 못했으며 어떻게든 그 상황을 도망치려고만 했던 기억이 새롭다. 내 손에서 나간 현금은 한 푼도 없었으니 나는 숫자만 정리한 기계였으니 영혼이 없는 1년을 살았던 것이다.

그 1년 때문에 나는 오래도록 아니, 지금도 관리직이나 전문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맑지 않아서 괴롭다. 누군가 소급하여 그 때의 교육비리를 문제 삼는다 하더라도 나는 할 말이 없다. 초보 3년 차 햇병아리에게 경리를 맡긴 것은 아무리 변명을 해봐도 시킨 대로 한 죄 밖에 없으니 말이다.
 
출장비조차 안 주던 교장 사도대상 수상하다니

더욱 놀란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면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1년 동안 당연한 출장비조차 지급해 주지 않던 어느 교장 선생님이 사도 대상을 타는 신문 내용을 보고 나는 차라리 슬프고 민망했다. 우리 교단에 그렇게 '스승'감이 없었을까하고 말이다. 공식적인 출장비조차 생략해서 다른 선생님을 대신하여 말씀드렸지만 깡그리 뭉갰던 관리자가 국민들이, 학부모들이,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추앙을 받는 사도대상이라니! 이것이 우리 교육계의 모습이니 요즈음 터지는 교육 비리는 당연한지도 모른다.

학습준비물은 절반만 사 주는 게 관행이던 교장님, 지금은 어디에

지금이야 많이 좋아져서 학습 준비물을 꿀꺽하는 교장 선생님은 없으리라 본다. 하지만 수 년전에는 그런 일이 암암리에 성행했었다. 학습준비물은 교실의 '최저생계비'라는 신조로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윗분들은 그 돈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제왕적 권위를 자랑하며 선생님들을 짓눌렀던 관리자들, 그 분들은 벌써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거나 많이 늙으셨으리라. 극히 일부의 이야기겠지만, 나는 그런 행태를 보인 윗분들이 잘 지내신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학교를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청빈하게 사셨던 교장 선생님들은 어쩌다 안전사고가 나서 힘들게 되더라도 그 지역 학부모님들이 나서서 구제했다는 아름다운 소식을 접하기도 한다. 그런 분은 당신의 자제를 결혼시킬 때에도 선생님에게조차 비밀에 부쳐서 축의금조차 받지 않으실만큼 청빈한 분을 모셨던 것을 자랑삼기도 한다.

다시 읽는 '이오덕의 교육 일기'

나는 요즈음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이오덕의 교육 일기'와 '참교육으로 가는 길'을 읽는 중이다. 그 분이 근무하던 그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교단의 모습에 한숨을 쉬면서도 아이들에게 죄짓지 않고 살려면 '혼이 살아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서이다. 학교장 자율학교를 외치는 요즈음, 그래서 걱정도 앞선다. '혼이 없는교장 선생님'이 자율을 외치면 어찌 되는가? 하는 걱정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용납할 수 없는 곳이 학교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교육계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뼈를 깎는 대책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부끄러운 교육계의 비리에는 나도 공범임이 분명하다. 과거 정당하지 못한 사안을 보고 크게 분노하거니 따져 묻지 못해서 시정을 요구하거나 항의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며 지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내부고발자를 법적으로 보호하면서도 비리가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직의 특성 상 내부고발자를 통한 시정은 무척 힘들다고 생각한다. 한숨만 쉬고 있는 침묵하는 많은 선생님들의 안타까움을 이렇게나마 적고나니 오래 전 화났던 감정이 사라질 듯하다.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친 이발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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