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아픔을 잔잔한 감동에 실어낸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가 다시 관객을 찾아왔다.
2년 전 초연 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백설공주…'는 지난해 앙코르 공연 때도 공연 초반, 마지막 날 공연 좌석까지 98%가 예매로 팔려나갔을 만큼 식지 않은 열기를 과시했다. 이미 10만 여명이 관람했지만, 6월 30일까지 또 다시 장기 공연(유시어터 02-3444-0651)에 들어가는 '백설공주…'. 관객들을 열광케 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 것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아이들을 위한 예술이라는, 행복한 공존을 '백설공주…'(연출 박승걸)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백설공주…'는 동화 속에 은폐돼 있는 차별적 이데올로기를 뒤집어보는 데서 시작한다. 공주다움과 왕자다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왜 왕자는 생면부지의 공주를 보자마자 키스를 하고 청혼을 할까. 왜 백설공주는 왕비에게 바보 같이 속기만 할까. 왜 왕비는 자신의 딸을 질투할까.
"바보 백설공주!" 연이어 왕비에게 속아 장미 독 가시에 찔린 백설공주에게 화가 난 난쟁이는 이렇게 외친다. 동화 속 의문들을 진지하게 따지는 것이 아니라 통쾌한 웃음으로 곱씹어보게 하는 힘이 있다. 백마를 탄 왕자의 환상 역시 '키높이 구두'를 신은 왕자의 출현으로 산산이 부서진다.
"제가 바로 당신이 찾던 그 왕자입니다"라며 오만하게 팔짱을 끼는 왕자의 포즈, 또 우아한 왕자가 스스로 백마로 돌변하는 장면 등 동화속 주인공들에 대한 희화화가 이어진다.
그러나 '백설공주…'의 감동에는 무엇보다 동화 '백설공주'에서는 소외됐던 난장이에 있다. 일곱 난장이 중 말을 못하는 막내 난장이 '반달이'의 백설공주를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말'을 대신한 반달이의 '춤 언어'. 반달이의 애절한 마임 연기는 관객들이 잃어버리고 지내온
내면의 감정을 스치듯 건드린다.
7명의 난장이가 적재적소에서 아기자기한 소품과 세트로 변신하고 노래와 마임을 활용하는 창의적 연출. 소극장 특유의 인간 냄새 물씬한 공연을 보노라면 순수한 마음이 되살아나고, 막이 내리면 눈물이 핑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