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한창 기승을 부리던 학생 납치관련 보이스피싱이 최근 들어 다시 시작되고 있어 학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며칠 전 야간자율학습감독을 하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다급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옆집에 사는 000가 지금 교실에서 정말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는지 빨리 알아봐달라는 내용이었다. 난데없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내가 그 이유를 묻자 아내는 아무 말 말고 어서 가서 확인이나 해달라고 다그쳤다. 마침 그 아이가 속해 있는 교실 근처에서 근무하던 터라 한걸음에 달려가 확인해보니 문제의 그 아이는 자율학습을 정상적으로 잘하고 있었다. 내가 다시 아내에서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하고, 재차 무슨 일인가 물었더니 사연인즉 이랬다.
저녁 6시 30분쯤 아내와 친하게 지내는 옆집 아주머니 댁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했다.
전화를 받으니 40대 중반으로 짐작되는 남자가 중저음의 목소리로 “지금 000학교에 다니는 댁의 아들을 우리가 데리고 있으니 아들의 목숨을 살리고 싶으면 지금 즉시 300만원을 송금하라”는 전화였다. 이어서 정말 아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저 편에서 들려왔다.
“엄마, 어떤 무서운 형들이 지금 나를 이상한 곳으로 데려왔어. 무서워 죽겠어.”
“아들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하며 그 남자는 계속해서 협박성 발언을 했다.
아들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옆집 아주머니는 그만 정신이 나가버렸다. 머릿 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라고 했다. 그저 아들의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 그 남자가 불러주는 계좌번호를 받아 적었다고 했다. “지금 당장 300만원은 어려우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자 그 남자는 버럭 짜증을 내면서 “그럼 10분의 추가 시간을 줄 테니 그 안에 반드시 300만원을 입금하라”며 인심(?)을 쓰더라고 했다. 정말 주객이 전도된 어이없는 상황이었지만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아주머니는 마음이 급해져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편에게 이런 사실을 곧바로 알렸고 아주머니 남편도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즉시 300만원을 그 계좌로 송금했다는 것이다. 송금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그 사연을 우리 아내에게 말했고 아내는 마침 학교에서 야근 중인 나에게 그 아이의 신변을 확인하게 한 것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보이스피싱임을 설명하고 빨리 경찰에 신고부터하라고 알려줬다. 하지만 옆집 아주머니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혹여 아들에게 해코지가 갈까봐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그냥 속앓이만 끙끙하며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범죄가 자식을 인질로 삼는 유괴와 납치다. 왜냐하면 이 세상 모든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놓는다는 약점을 이용한 아주 치졸하고 잔인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집착일 정도로 강하고 성격이 급한 부모는 꼼짝없이 걸려들 수밖에 없는 범죄이기도 하다.
자녀를 납치해 데리고 있으니 돈을 보내라는 전화는 100% 보이스피싱이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침착하게 시간을 끌면서 학교에 전화를 해서 자녀의 안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런 한편 옆 사람에게 부탁해 반드시 경찰에 신고를 부탁하자. 아니면 “당신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 애는 집에 있는데!”라고 호통을 치는 방법도 좋겠다. 아울러 학교에서는 학부모나 학생의 신상과 관련된 정보나 전화번호를 잘 간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