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필승 코리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우리는 서너 명만 모여도 '오~ 필승코리아, 오~ 필승코리아, 오~ 필승코리아! 오오레오레'를 외쳐댔다.
지구촌 최대의 축구 축제인 2010 남아공월드컵. 우리와 우루과이의 16강전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 한국에서만큼은 그 열기와 함성이 멈춰 섰다. 그렇더라도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즈에게 두 골을 내준 채 우리 선수들이 패했다고, 국민들의 함성이 멈췄다고 절망하지 않는다.
허정무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우루과이는 골을 쉽게 넣는 운이 따랐고 우리는 그렇지 않았을 뿐이다.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고도 골대를 맞히는 편이 지는 징크스, 빠른 시간대에 이뤄진 어이없는 실점, 슈타르크 주심을 비롯한 심판들의 석연치 않은 판정 등이 우리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했을 뿐이다.
더 멀리 뛰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면서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면 된다. 우리는 이제 아시아에서만 큰소리치는 종이호랑이가 아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금자탑을 쌓았고, 세계가 무서워하는 축구 강국이 되었다는 것을 눈과 귀로 확인했다.
최선을 다했기에 아름다운 패배였고, 우리 선수들의 이야기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까지 두고 두고 이어질 것이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 외국의 유명 프로구단들이 우리 선수들에게 눈길을 돌렸다는 것도 우리에게는 희망이다. 막내에게 자리를 내준 이운재가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정성룡을 격려했듯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이 박주영, 이청용 등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면 된다.
그동안 쏟아낸 환호, 탄식, 아쉬움... 역시 대한민국은 위대했다. 지방선거로 갈가리 찢긴 민심을 하나로 만들며 전국에 울려 퍼진 응원만큼은 결승에 가고도 남았다. 이번 월드컵 응원을 돌이켜보면 필자도 12일 그리스와의 1차전은 공주시 5도 2촌 사이버운영위원회에 참석하느라 청학동을 닮은 도령서당에서, 17일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국립청주박물관의 잔디밭에서, 23일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은 새벽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집에서, 26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은 대형 스크린과 최신식 음향시설을 갖춘 청주CGV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 물결에 동참했다.
이제 아쉬움을 접고 평상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능력발휘를 제대로 못하거나, 실수할 수 있는 게 스포츠다. 최선을 다한 감독이나 선수들을 칭찬하는 데도 인색하지 말자. 우리 축구를 열심히 응원하면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신나게 외칠 그날을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