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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북카페> 고대 사학계는 '역사전쟁' 중?

역사충돌
이종욱 지음/ 김영사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는 백제가 한강 유역을 장악한 시기를 3세기 중엽 고이왕 때라고 전한다. 신라가 중앙집권국가로 자리잡은 것은 4세기 내물왕 통치기. 하지만 '삼국사기'가 전하는 사실(史實)은 다르다. 백제는 기원 전후 이미 경기도 일원을 정복했고, 신라는 3세기 중반 경북 일원의 소국을 모두 병합했다. 이런 불일치는 '국사'가 '삼국사기' 초기 기록 대신 중국 사서 '삼국지' 한조를 기초로 고대사를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학계의 학문권력을 장악한 연구가들은 일본에 사기 당한 역사를 되찾지도 못하면서 국수주의적인 역사정복의 추태를 벌이고 있다"

주류 사학계의 통설에 반발하며 비판적 역사 읽기로 화제를 뿌려온 이종욱 서강대 교수가 고대사학계에 '역사전쟁'을 선포했다. 타성과 인습에 안주해온 고대사학계의 학문풍토와 방법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며, 이 교수가 강조하고 있는 '사기 당한 역사'는 무엇이고, '역사정복의 추태'란
또 무슨 뜻일까.

"삼한 사회에서 천군이 소도의 의례를 주관했다는 국사 교과서의 내용은 허구입니다. 사료 어느 곳에도 이런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천군과 소도'의 이야기로 '역사충돌'은 문을 연다. 그는 "천군이 소도를 주관했다는 설명은 사료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학계는 선행자의 연구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잘못된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제로부터 '사기' 당한 연구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왜곡된 역사를 기술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일본 사학자 쓰다 소우키치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기 위해 '삼국사기' 신라 본기의 기록을 부정하고 중국의 '삼국지'를 기본 사료로 삼았습니다. 이 때문에 4∼5세기 이전 백제와 신라의 역사가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학계는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대사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 교수는 백제의 왕성으로 여겨지는 풍납토성을 예로 든다. 풍납토성의 연대측정 결과는 기원전 2세기부터 2세기까지. 이는 백제가 3세기 고이왕 때에야 비로소 고대 국가를 세웠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삼국사기를 부정하는 주류학자들의 통설로는 신라초기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오릉이나 경주 중심부 황남대총, 천마총과 같은 거대한 고분 등의 축조연대도 설명할 길이 없다.

이 교수는 발해의 역사를 한국사에 포함시키는 것 역시 명백한 역사 정복의 외침이라고 일갈한다. 7차 '국사' 교과서는 발해를 신라와 더불어 남북국으로 격상, 말갈족의 왕국인 발해를 한국사에 끌어들이는 역사정복을 본격적으로 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해를 세운 대조영이 고구려의 지배를 받은 '속말말갈(粟末靺鞨)인'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국수주의적 잣대로 말갈족의 역사를 한국사로 조작하는 것은 또 다른 역사정복, 침략 행위라는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교육 체계를 통해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집단 사기극입니다. 자신들의 학문 체계를 벗어나는 것은 모두 거짓이라고 억지부리는 주류 학계의 관행을 깨고 '국사'의 오류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일본에서 발명됐고 한국 역사학계의 학문권력을 장악하는 강력한 도구가 돼온 실증사학의 전통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사회과학적 역사학을 도입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 교수는 이렇게 덧붙인다. "주류측의 통설과 새 역사의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학설 대 학설, 패러다임 대 패러다임의 충돌인 '역사전쟁'은 시작됐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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