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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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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 저도 선생님이 될래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손가락에도 예쁜 손가락이 있고 미운 손가락이 있듯 제자 중에도 유난히 귀여운 제자가 있게 마련이다. 이것은 편애와는 다른 개념으로 매사 주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 있고, 매일 받아도 미운 사람이 있는 이치와 같다. 이처럼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호불호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점심을 먹고 포만감을 안은 채 아이들을 살펴볼 겸 교실에 들렀다.
“선생님, 제 배 좀 만져보세요.”
한 녀석이 점심을 잔뜩 먹어서 탱탱하게 튀어나온 배를 쑥 내밀며 애교를 떤다.
“어이구, 우리 한솔이가 오늘도 밥을 아주 많이 먹었구나?”
“네, 선생님. 저는 밥 먹을 때가 제일로 행복해요.”
하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 녀석이 하도 귀여워 녀석의 소원대로 툭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어주었다.

공부는 조금 못해도 친구들을 좋아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구김살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 아이를 보면 나도 덩달아 즐겁고 행복해진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학교에 오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37명 중 유독 그 아이만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번쩍 드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학교에 오는 것이 죽기보다도 싫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데, 오직 그 아이만이 손을 들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학교에 오면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또 선생님을 볼 수 있어서”란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려고 학교에 온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담임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온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확인하는 의미에서 다시 한번 물었다. “선생님이 그렇게 좋으니?” 하고 물으니 그 아이는 “네~” 하고 우렁차게 대답했다. “선생님이 어디가 그렇게 좋으니?” “다요. 그래서 저도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될래요.”

사실 반 아이들이 담임을 좋아하기란 흔치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매사 잔소리를 하고 반 분위기를 잡도리하기 위해 좋은 소리보다는 싫고 기분 상하는 소리를 더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녀석은 지금 담임선생님인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어찌 녀석을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녀석의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더럭 겁이 났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행동 하나, 말씨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본이 되고 귀감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좋은 교사는 잘 가르치고, 훌륭한 교사는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위대한 교사는 학생 스스로 결정하게 만든다’는 금언을 마음에 되새기며 겸손한 마음으로 교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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