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입만 열면 한국교육을 칭찬하고 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진행되는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그리고 심야까지 이어지는 학원수업,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치열한 입시경쟁과 교육열 등등. 매사 여유롭고 조급할 게 없는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살아있는 교육으로 비칠 법도 하다.
그러나 한 발짝 물러서서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어두운 면이 훨씬 많은 것이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세수를 하는둥마는둥 하고 부리나케 등교하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 마치 좀비영화의 한 장면 같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표정에 비할까. 하나같이 완전 무표정에 짜증이 가득 실린 얼굴들이다. 또 학교에 오면 어떤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책상에 똑같은 헤어스타일에 똑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내용을 공부하다 똑같은 장소에 가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밥을 먹는 학생들을 보면 과연 저 속에서 세계를 리드할 창의성이 나올 것인지 의문이 든다.
비근한 예로 지난주에 발표한 노벨상 대상자 중에 우리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의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은, 1901년 이후 노벨상 수장자가 총 234명이나 나왔다. 우리와 이웃한 일본도 올해로 노벨상 수상자가 15명 째다.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오바마의 주장대로 미국의 교육이 엉터리였고 우리 교육이 그처럼 훌륭했다면 이 같은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세계에서 공부 좀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전부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이유는 또 뭘까?
설마 세계의 대통령격인 미국 대통령이 우리 한국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런 칭찬 릴레이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이 지구의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고 또 대한민국의 교육에 별 관심도 없는 자국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교육을 칭찬하는 의도는 뭘까?
리포터는 오바마의 한국교육 칭찬 기사를 꼼꼼하게 읽으며 비로소 오바마의 의중을 헤아릴 수 있었다. 우선 교육을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한다면 암기식인 '주입식 교육'과 이해를 시키는 교육인 '열린 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주입식 교육은 누가 뭐래도 우리 대한민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다. 유치원 때부터 초·중·고를 거쳐 대학에 이르기까지 주입식 교육은 철저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암기하는 것으로 끝이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최대 단점이다.
그러나 미국의 교육은 어떤가. 미국은 주입식 교육은 약하지만 열린 교육 즉, 이해시키는 교육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개방적이고 허용적인 사고방식과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바마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이런 열린 교육이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따라서 미국이 집어넣는데 월등한 기술을 가진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도입하여 이를 자국의 교육제도를 보완하는데 쓴다면 미국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될 것으로 확신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바마가 입만 열면 한국 교육을 칭찬하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바마의 칭찬에서 모종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즉 주입식 교육은 우리가 최고이므로 여기에 미국의 열린교육 형식을 추가한다면 우리가 바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