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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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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이들이 주는 순결한 웃음

웃음이 넘치는 교실

우리 교실 아침 풍경입니다.
"얘들아, 오늘 공부 시작할까? 보던 책의 제목을 독서반응지에 적어두고 화장실에 다녀 오세요. "
"예, 선생님"
"자, 그럼 숙제를 펴 놓고 오늘 받아쓰기 할 쪽을 읽어 보세요."

월출산을 바라보며 아침독서를 하고 새 소리를 들으며 학교에 오는 아이들의 싱싱함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커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은 일에도 티격태격 곧잘 싸우고 울던 아이들이었는데 이젠 벼논의 벼들처럼 안으로 익어서 서로를 배려하고 고운 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어제는 받아쓰기를 채점하다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바른 글씨와 띄어쓰기의 기본을 잡아주는 일은 2학년 국어 공부의 필수입니다. 날마다 읽기 책 한 쪽을 칸 공책에 한 번 쓰고 열 번 읽어 오기를 숙제로 내주지만 덜렁대는 아이는 10번 읽어 오기를 채우지 못해서 100점을 맞지 못합니다. 집에서 소리를 내어 10번 읽었더라면 눈을 감고도 쓸 수 있을 텐데 엉뚱한 답을 쓰곤 합니다.

때로는 생활의 길잡이의 글을 숙제로 내 주기도 하고 시를 외워 쓰게도 합니다. 암기 교육이 나쁘다고들 하지만 최소한의 암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구단을 못 외우는 아이는 그 후에 배우는 곱셈이나 나눗셈을 잘할 수 없듯이.

그런데 우리 반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태환이의 받아쓰기를 채점하다가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불러준 문제는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를 듭니다'였는데 녀석은 '전화벨이 울리면 소화기를 듭니다'로 쓴 겁니다.

"태환아, 너네 집에 불난 거니? 아니, 거기가 무슨 소방서니? 소화기라니~~"
아이들도 깔깔 대고 웃고 나도 한참이나 웃었습니다. 그제야 상황을 판단한 태환이도 따라서 웃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부끄러워하며 울었을 텐데 이제는 농담도 통하는 사이가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공부 시간에 일부러 수화기를 들고 보여주며 수업을 했건만 녀석은 그 순간 해찰한 게 분명합니다. 아니면 숙제를 읽어 오지 않아서 비슷한 발음을 쓴 것이 분명합니다. 오답 덕분에 한참을 웃어서 보약을 먹은 것처럼 행복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다치지 않게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행복도 안겨줍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은 해맑은 가을 하늘 같아서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세월이 비껴 갑니다. 아이들은 바로 내면의 법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자그마한 일에도 쉽게 슬퍼하고 잘 웁니다. 나의 할 일은 바로 아이들이 지닌 그 순수한 내면의 법, 아름다운 양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아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력도 풍부하고 사물을 보는 눈도 갖춘 나이, 아홉 살 아이들인 2학년은 선생님이나 책에서 배운 내용을 곧이 곧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어느 학년보다 탁월합니다. 거짓말을 해도 금방 눈에 보이는 거짓말이라서 속아주면서도 귀여운 나이입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의 지능 발달이 2학년 수준에서 멈춘다면 이 세상에 범죄나 슬픈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곤 합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잘 웃으며 천진난만한 시어를 줄줄 달고 사는 아홉 살 아이들 속에서 나는 오늘도 건강해지는 보약을 마십니다.
"태환아, 고마워! 네 덕분에 보약 한재를 먹은 것보다 더 행복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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