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분위기가 더 흐려졌어요. 공부에 방해되니 친구를 때려주세요. 매를 들지 않는데 선생님 말을 누가 듣겠어요. 차라리 맞고 끝나는 게 편해요."
체벌 전면금지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의 학생이나 학부형들이 털어놓은 얘기란다. 손들기나 팔굽혀펴기까지 어떤 형태의 체벌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게 체벌 전면금지 지침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더라도 모두의 입맛에 맞추기는 어렵다. 특히 대상자가 학생, 학부모, 교사로 구분되는 교육은 더 그러하다.
8일 머니투데이가 발표한 서울 시내 초·중·고교 체벌 전면금지 여론조사에 의하면 찬성 32.1%, 반대 64.9%로 반대 의견이 훨씬 높다. 맞지 않도록 법으로 보호해주니 학생들로서는 당연히 좋아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체벌 당사자인 학생층의 반대 응답률이 75.8%로 평균을 10% 넘게 초과했다. 이 수치로 보면 아이들도 혼란을 겪고 있는 게 분명하다.
체벌이 교육적이냐 비교육적인 수단이냐를 떠나 체벌금지의 당위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극소수이더라도 체벌 없이 지도가 어려운 학생들이 존재하고, 그 아이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게 문제다. 오늘날의 교육현장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느냐를 살펴봐야 한다. 체벌금지가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소수의 학생들을 그냥 방치하는 교육방종이나 교육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주관이 뚜렷한 교사들이 어려운 일을 감수하며 속 깊은 정으로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랑이 가장 좋은 교육이고, 감정이 개입된 체벌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 다 안다. 그동안 일부 교사의 지나친 체벌이 사회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도 감정의 동물이라 치미는 화를 못 참는 경우도 있다. 오냐오냐 받아주면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려는 아이도 있다. 교사의 권위가 사라지면 교실의 질서가 문란해져 교사들이 고압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때도 많다.
교실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성장통을 겪는 과정이지만 집에서 부모에게 반항하고, 학교에서 교사에게 대드는 아이를 말로 지도하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더구나 부모가 자기 자식만 감싸거나 나는 포기했으니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며 발뺌하면 교사들은 허탈감과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학교가 소란스런 아이들과 무기력한 교사들이 공존하는 교육현장으로 전락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금지 지침이 발표된 후 체벌금지를 시행하지 않는 다른 시도의 학생이나 학부모들까지 체벌에 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상·벌점제, 상담교실, 교내 봉사활동, 학부모 소환제 등 여러 가지 체벌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체벌금지가 뿌리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체벌금지가 비타민 역할을 하도록 부작용을 최소화하하려면 다양한 공론과정을 통해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 교사의 교수권이 같이 보호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