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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가장 듣고 싶은 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책 속에서 만나는 위대한 스승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은 독서에도 통합니다. 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그 책이 다른 책을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해서 새로운 책을 만나게 됩니다. 마치 친구를 통해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내 아이를 책의 바다로 이끄는 법>이 그런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세 살 자녀부터 사춘기 자녀에 이르기 까지 책과 벗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책을 안내해 줍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도 매우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만난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책 속의 책으로 새롭게 다가온 책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의 필독서로 정해준 책이지만 아이들 책이라고 생각하여 내가 직접 읽지는 않았던 책입니다.  창작동화로 알았던 책이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라는 소개가 마음을 끌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트리샤는 곧 이 책의 작가인 패트리샤 폴라코입니다. 그녀는 1944년 미시간에서 태어나 예술학박사(미술학)이기도 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남편과 함께 오클랜드에 살며 작품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 책을 낸 작가입니다. <보바 아저씨의 나무> <어떤 생일> <할머니의 조각보> <선생님, 우리 선생님> <바바야가 할머니> 등을 통해 그녀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한 책들을 많이 펴냈습니다.


난독증 어린이의 실화로 써낸 자전적 동화

지독한 난독증으로 5학년이 될 때까지 여전히 글자를 읽지 못한 소녀가 어둠 속에서 겪는 마음 고생이 그림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트리샤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 계시는 동안에는 늘 감싸주고 책을 읽어주시며 용기를 북돋워줍니다. 그러나 학교에 입학하고서도 책을 못 읽는 트리샤는 자기 스스로를 바보 멍청이리고 단정 짓고 아이들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습니다.

읽기 장애가 있던 트리샤는 헬렌 켈러가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듯, 운명적인 선생님을 만나며 어둠과 이별하는 장면은 정말 가슴 뭉클합니다. 친구들로부터 왕따 당하고 놀림을 받으며 소녀는 점점 자기만의 벽을 쌓으며 세상과 멀어져 가던 순간에 폴커 선생님을 만납니다.

책의 서문에 "진짜 폴커 선생님인 조지 펠커에게 바칩니다. 선생님은 나의 영웅입니다."
바로 그 펠커 선생님이 폴커 선생님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실제로 트리샤를 위해 사비를 털어 독서 선생님과 함께 그녀에게 과외를 시키면서까지 트리샤를 난독증으로부터 구해냈다고 합니다. 그 선생님 덕분에 그녀는  동화작가로서, 예술학박사로서 자신이 받은 사랑을 세상에 전하며 세상의 선생님들을 향해 조용히 속삭입니다.


편애 없이 권위를 가진 폴커 선생님

글을 못 읽는 아이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과 슬픔을 자신이 직접 겪었기에 그처럼 가슴아리게, 가슴 먹먹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기가 죽은 트리샤를 살려내기 위해 그녀가 가진 장점을 찾아내어 아이들 앞에서 늘 칭찬해 주는 선생님, 조그만 재능으로 잘난 척하며 트리샤를 벙어리라고 구박하는 아이들을 엄하게 꾸짖습니다.

" 여러분 모두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만큼 완벽해서 지금 트리샤를 흉보고 있는 겁니까?" 그러면서 모범생에게만 시키는 심부름을 트리샤에게 시키면서도 다른 아이들을 편애하거나 매로 다스리지 않으면서도 트리샤를 괴롭히는 아이들까지 감복시켜 더 이상 놀리지 않게 보호해 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곳곳의 교실에는 난독증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트리샤는 숫자나 글자를 다른 사람하고는 다르게 보고 있다고 판단한 폴커 선생님은 마치 퍼즐을 맞추듯, 그림을 그리듯, 블록을 맞추듯 트리샤의 눈높이 맞춰 열심히 지도하는 모습은 성자처럼 다가왔습니다.

"교사가 지닌 능력의 비밀은 인간을 변모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이 잘 들어맞는 책입니다. 사랑으로 기르고 다독이며 제자가 지닌 능력을 꽃 피우게 해야 하는 정원사로서의 선생님, 어두운 밤길을 가며 암흑 속에서 울고 있는 난독증 어린이들을 구해야 하는 책무감. 충고와 질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대들고 손찌검까지 하는 무서운 교실 이야기가 날마다 매체에 등장하는 현실이기에 초등학교 1,2학년 용인 이 책이 주는 무게는 교육학 서적에 버금가는 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트리샤를 구하듯 어린 생명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싹을 심고 있는 수 많은 폴커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누구에게나 폴커 선생님이 한 분쯤은 게시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작가는 세상의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합니다.


사랑의 선생님, 폴커

동화의 힘은 두꺼운 교육학 책을 덮기에 충분합니다. 겨우 19쪽에 불과한 동화 한 편이 주는 울림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 속에 들어가서 한 인간으로서, 인생의 도반으로 제자의 아픔에 동참하는 위대한 영혼이 숨쉬는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잔소리를 하고 싶어질 때마다. 손바닥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볼 생각입니다. 폴커 선생님은 잔소리를 하지도 않았고 매 한 대도 때리지 않으면서 트리샤의 영혼을 살려냈기 때문입니다.

먼 후일, 사랑하는 나의 제자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바로 "고맙습니다, 선생님!" 이 될 수 있도록 남은 교직 생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안고 내 마음의 거울이 되어준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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