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외길 교육공무원 생활을 마치던 날까지도 본 리포터는 우리 주위에 노인인구가 얼마이며, 주변에 ‘시니어클럽’이란 멋진 보금자리가 있는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다.
건강보험증 세대주를 둘째 아들 이름으로 변경하면서 나의 퇴임 후 제2인생은 시작되는데, 대구컨벤션센터에서의 ‘노인일자리 박람회’ 현장에서 몇 군데 회원등록을 해둔 것이 수성시니어클럽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07년 창립한 수성시니어클럽은 시장형·교육형·복지형 일자리사업을 통해 수많은 노인 일자리를 창출했고 햇빛촌콩나물, 생활용품재활용사업, 실버폴리스 등 지역실버산업 확산에 앞장서 오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연호동 사무실에서 간단한 이력서 작성과 면접을 거쳐 지금의 문화재해설사업체험사업단에 소속 되었고, 면접 당일 바로 문화재 강의를 경청했는데 알고 보니 회원 중 대부분 학교에서 2세 교육에 힘써 오신 선생님들이어서, 한 사람 건너면 대부분 선후배 교육가족이란 사실 여간 미더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 우리집 마당에 낙엽 떨어진 나무들 사이에 뿌려놓은 채소씨앗이 싹을 틔워 하루가 다르게 잎이 푸르고 싱싱하다. 난 문득 요즘 세상에 ‘시니어’들이야말로 “낙엽지고 나서도 푸르른 겨울채소처럼 귀하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자양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우연히 들은 정보에 의하면 퇴직 후 여생을 20년으로 잡고 하루 11시간이면 365×11×20=80,300이니 약 팔만 시간 노후세월을 보내는 방법엔 자아실현, 봉사활동, 수익활동 등이 있다던 말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런 분류라면 시니어클럽에서의 우리 역할은 이 셋을 모두 아우른 근로이며 ‘문화재 알리미’라 이름붙이면 적절할까?
기억에 남는 일 첫째는 수성구 관내 문화재 강의와 답사. 평소 몰랐던 야수정, 명정각, 고산서당, 사월동지석묘 등 많은 유적을 숙지하는 귀한 경험도 쌓았고, 영남제일관 앞에선 기념사진 찰칵!, 또 ‘고모령노래비’ 앞에서는 모두 한 목소리로 부르던 “…비 내리는 고모령을 언제 넘느냐~” 멜로디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또 범어역, 구청역, 대구은행 역에서 번갈아 가며 개최된 수성구문화재 사진전시회는 'No老클럽 연주회'를 곁들인 행사에 수많은 시민이 성황을 이루었는데, 우리 회원 중에도 사진촬영, 컴퓨터 업무에, 문화유산 해설에, 공개행사 사회에… 솜씨가 뛰어나신 분들이 계셔서 늘 든든하게 여기고 있다.
한편 경주신라문화재답사여행에서는 문화재 답사는 물론 십이지신상 부조 탁본 뜨기, 첨성대 내부구조 모형을 곁들인 해설사의 설명 경청 등 값진 체험을 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월 강릉에서 열린 전국 노인일자리 정보한마당 행사와 기능경연대회 참가는 잊을 수 없다. 전국적인 행사가 의미 있고 성대하게, 또한 흥미롭게 이어졌는데 우리는 끝까지 남아 열렬히 박수를 치고 아이처럼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었다. 행사 후 우리 수성시니어 문화재해설사업체험사업단이 금상 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는 놀라운 소식에 수성인의 자부심과 함께 우리 체험단의 책임이 더더욱 중차대함을 다시 느꼈다.
또 11월 백제권 문화답사 때에는 최신 시설과 관광여건이 훌륭했지만 공원 중앙 넓은 연못에 떠오른 죽은 물고기를 보는 순간 문화재 분야의 총체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는데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他山之石'(타산지석)의 교훈이란 이럴 때 쓰는 말임을 새삼 깊이 되새긴 날이었다.
우리 팀은 발로 뛰는 수고로 관계공무원을 만나 내년도 구청 예산안에 사업비 증액 반영, 문화재투어 실시, 초중등교육과정에 학생체험활동 반영 등 괄목할만한 일들을 창의적 자주적으로 해냈다는 평가이다.
한편 정O수회장님은 소파 방정환선생에 비유, 수성시니어클럽관장께 노파라는 별명을 선사하시며 “老婆란 ‘시니어가 중심이 되어 작지만 노인의 물결을 일으키고 나아가 더 크고 끝없는 하나의 힘찬 노인의(힘)물결을 이루어 나갈 것을 희망하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들었다.
지난 7개월간 참여를 통해 가장 보람된 일은 조사2팀에 속해 도서관과 문화재 현장, 그리고 인터넷을 온통 누비며 기록물을 탐색하고 홈페이지에 올렸으며, 다른 분이 펜으로 적은 내용을 컴퓨터작업으로 옮기는 등 수성의 무형문화재 책자 발간에 필요한 자료수집에 누구보다 열성을 다해 노력했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더욱 알차고 값진 자료들을 발굴하고 가시화하는데 기여할 것을 다짐해 본다. < 2010. 12. 17. 제1회 대구수성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사업활동수기 공모전 최우수상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