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헌 입장권은 끊었는데 학생들이 들어가려 하지 않고 들어간 학생들도 5분만에 나오는 것을 보면 열불이 납니다.”
작년 설악산 수학여행 인솔교사의 말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율곡과 신사임당은 역사속의 인물로만 머물러야 한단 말인가! 수학여행, 무슨 문제가 있을까? 혹시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주입 내지는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해 본다.
교과부나 교육청에서는 대규모로 움직이는 수학여행을 지양하고 학급별 테마형 체험학습을 권장하고 있는데 학교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그저 과거 답습이다. 담임교사들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고 있다. 왜? 우선 일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장소 물색에, 2박 3일간 프로그램 짜기에, 안전에 유의한 인솔에...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필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니 담임들이 모두 공감하며 대찬성이다.
우리 학교는 올해 기존 수학여행의 패러다임을 확 바꾸었다. 이름하여 ‘체험학습 경제 리더 캠프’. 2학년 전체를 경제원정대와 투자원정대 두 팀으로 나눈다. 일정을 살펴보면 한 팀은 서초동 삼성전자 전시관-킨텍스 서울 모터쇼-A유스호스텔-보드게임 '기업가 정신'-남이섬이다. 또 한 팀은 증권예탁원, 증권박물관-킨텍스 서울 모터쇼-B유스호스텔-보드게임 '금융아 놀자'-남이섬이다.
이번 체험학습은 경제가 초점. 첫날 '기업가 정신'에서는 기업가 정주영, 이병철, 빌 게이츠, 워렌 버핏을 통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핵심정신을 찾아내고 그것을 게임으로 배운다. 여기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인 적극성, 목표 세우기, 시간관리, 상호이익, 이해심, 시너지, 자기관리를 접목시켜 기업가의 성공적인 삶의 의미를 재확인한다.
'금융아 놀자'에서는 경제전반에 대해 이해하고 경제의 기본 개념을 알게 하면서 주식투자, 외환, 펀드, 저축, 보험의 개념을 재미있는 보드게임을 통해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둘째날에는 시끄러운 유원지를 한 해 250만 명이 찾는 고부가 가치의 문화관광지로 탈바꿈 시킨 남이섬에 대한 비밀을 찾는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남이섬에 담긴 상상력, 창의력, 기업가 정신을 찾는 것이다. 학급별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남이섬의 창의력 10가지와 기업가 정신 8가지를 찾도록 도와준다.
셋째날 학생들은 등교하여 1박2일간 체험학습 내용을 기사로 작성하거나 소감문, 또는 사진에 캡션을 달아 학급홈페이지에 탑재한다. 우수작에게는 학교장 상장이 수여된다. 학급별 발표회와 평가회를 갖는 것은 물론이다.
학년 초 3월, 학교는 무척 바쁘게 돌아간다. 지난 주말에는 학년부장과 함께 체험학습 숙소인 유스호스텔을 돌아보았다. 앞으로 숙소 외에 체험학습 이동로를 추가로 답사하면서 미비한 점을 보완하려 한다.
오늘자 신문 '서울 모터쇼' 보도를 보니 "친환경차 한눈에…역대 최대 자동차 축제"라는 제목으로 참가 업체와 전시 차종이 최대 규모라며 주제인 ‘진화, 바퀴 위의 녹색혁명’을 설명하면서 부대행사도 소개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3일간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 빡빡하다. 그냥 대강 허술하게 넘어갈 프로그램이 아닌 것이다. 필자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도전하는 사람만이 성취할 수 있다" 이 문구는 학교 게시판 상단에 붙어 있다. 졸업식 행사 현수막에도 사용하였다.
수학여행의 문제점만 제시하면 무엇하는가? 대안을 제시하고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게 프로그램도 내 놓아야 한다. 교육청에서 지원을 못하면 학교장이 발로 뛰어야 한다. 요즘은 아이디어 세상이다. 창의력이 살아 숨쉬어야 수요자가 감동한다. 구태의 반복, 과거의 무분별한 답습 그것을 끊어야 한다.
이번 우리 학교의 ‘체험학습 경제 리더캠프’, 교직원들이 뜻을 모아 성공하도록 세부사항까지 점검을 철저히 하고 만전을 기하려 한다. 프로그램을 진행을 담당한 대표도 자랑스럽게 홍보에 나서고 있는데 주위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다고 메일로 보내왔다. "정말 그런 교장샘이 있어요?" 이번 프로그램, 우리 학생들이 만족한 웃음을 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