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비리, 학교생활기록부 조작 등 일련의 성적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교육당국의 학교불신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단적으로 학교에서의 중간, 기말 등 정규시험은 수능수준으로 관리하라고 한다. 말이 수능수준이지 학교에서 수능처럼 시험을 관리할 여력이 없다. 수능은 감독교사를 한 교실에 두명씩 배치하고, 사전에 감독관 회의를 해야 함은 물론, 고사본부를 운영해야 한다. 시험지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당연한 것을 가지고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다. 한 가지만 예로 들겠다. 복수로 감독을 해야 하는데, 한 교실에 감독교사를 두명으로 하거나 학부모 감독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학부모들이 잘 협조를 한다면 문제가 크지 않지만 학부모의 협조가 미흡하여 교사로만 복수감독을 하게되면 어쩔 수 없이 시차제 시험을 치러야한다. 즉, 앞선 학생들의 시험이 끝난 후에 다시 또 시험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즉, 오전 11시경에 등교하는 학생들이 정시에 등교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아침 일찍 등교하는 것에 익숙한 학생들이 자칫하다가 제 시간에 등교하지 못한다면 이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학교의 방침으로 늦게 등교하도록 했지만 피곤한 마음에 잠시 눈을 붙인 사이 시간이 지나게 되는 일은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생각만 할때는 가능한 방법이지만 실제로 시행해 보면 문제가 많은 것이다.
서술형 채점으로 들어가보자. 3명의 채점교사가 채점한 결과를 평균하여 최종점수를 내라고 하고 있다. 무슨 답안지 채점에서 공동으로 채점하여 3명의 결과를 평균내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3명의 점수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어떻게 같은 문항을 채점하는데 교사마다 점수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평균을 낸다는 자체가 채점결과에 학생들이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같은 문항을 채점한다면 교사들이 면밀히 검토하여 점수가 하나로 통일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만일 채점 과정에서 잘못 채점하거나 실수로 수정을 할 경우, 공동 날인을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가령 3점을 2점으로 잘못 표시했다면 3점으로 수정하면서 해당교과의 채점교사 모두가 공등으로 날인하고 채점을 해야 한다. 어떻게 단순히 잘못 채점한 점수를 고치는데 3명이 함께 날인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지 수긍하기 어렵다. 어차피 채점을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몇명의 교사들이 공동으로 하게 되는데, 공동 채점이라고 무조건 공동날인을 해야한다니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답안지 표지에 채점교사들이 모두 서명이나 날인을 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각 문항마다 채점결과를 수정할때 날인하는 것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술형 채점에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소요되고 있는데 사소한 수정에도 모든 교사가 날인하라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채점을 직접 하고 수정할 교사가 날인하고 수정하면 되는 것임에도 복잡하게 해결하려는 것은 순전히 교사를 못믿기 때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교육당국에서 교사를 못믿으면 누굴 믿겠다는 이야기인가. 극히 일부의 교사가 비리를 저질렀다고 모든 교사를 못믿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끝까지 교사를 믿고 교사들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시험에 따른 규제가 계속해서 철저해지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잘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교사들을 믿고 맡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