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부모들은 과거에는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는 것을 대체로 원했지만 근래에 들어 특수학급이 아닌 통학학급에서 일반 학생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기를 원하나 담임을 맡고 있는 선생님들은 그 고충이 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남시 검단초(교장 백승룡) 노삼석 선생님은 ADHD 경도 장애어린이자 특수교육 대상학생으로 통합학급에 배정된 어린이를 소외감이나 불편을 겪지 않고 1년의 학습과정을 무사히 마치게 해 동료교사들로 하여금 존경에 대상이 되고 있다.
먼저 노 선생님은 일반 아동도 장애아에 대한 편견이나 따돌림 자세를 버리고 함께 어울려 공부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희망반에 편성된 김현지 어린이가 6학년 6반 통합학급에서 학습과정을 잘 마치고 졸업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였다.
특히 노선생님의 교육철학인 바람직한 통합교육을 실천을 위해서 어떤 활동을 전개했는지 간단히 요약해 보면 첫째, 물리적 통합(시간적 통합)에 노력했다.
현지의 자리 배치는 키 153.3cm, 몸무게 46.45kg으로 체격이 큰 편인 신체조건을 고려하여 2인 1조 1개분단씩 3분단으로 배치된 자리 중에서 뒤쪽에서 두 번째 줄, 창가에 고정 배치했다. 분단은 2주일에 한 번씩 바꾸고 있으며 짝도 그 때 교체된다. 일반 어린이와 동등하게 배치하고 있으나 가능하면 짝의 배치는 생활자세가 좋고 성적도 중상이상의 어린이와 앉도록 배려했다.
모둠 구성은 별도의 편성보다 일반적으로 학급에서 편성하는 모둠의 일원으로 참여토록 하고 있다. 4인 1조 또는 6인 1조로 된 모둠에 자연스럽게 편입되도록 하고 조장이 모둠원으로서 불편함을 겪지 않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게했다.
게시판 구성에서는 현지의 작품이 부문별로 꼭 게시되도록 해 자신감과 참여의욕을 북돋웠다. <여름>이라는 주제로 게시된 시화작품에서 자신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잘 나타내고 있다.
여름은 더워서
선풍기 틀고
아이들은 냇가에서 놀고
어른들은 수영을 한다
다음 여름에도 또 놀아야지
둘째, 학문적 통합(교수활동적 통합)에 노력했다.
희망반에 가는 3, 4교시를 제외한 통합학급 수업에서 국어, 수학 과목은 일반 아동과 함께 어울려 개별 수준에 맞는 문제를 과제로 부여하고 풀도록 했다. 예체능 과목은 해결할 수 있거나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의 기능을 감안해 지도했다.
국어수업의 경우 현지는 읽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표 읽기 순번에 넣는 학습 참여 방법을 활용했다. 발표학습의 경우도 틀린 답이 나오더라도 가급적이면 참여시켜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방식을 운용했다. 수학의 경우 또래 교수를 통해 간단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도록 했다.
현지의 경우 쌍둥이 동생인 미지와 한 학급에 편성되어 자매가 함께 학교생활을 해 많은 도움이 됐다. 상위급 실력인 미지는 언니인 현지의 입장을 생각해서 학급편성 때 학부모를 통해 현지와 같은 학급에 편성해줄 것을 학교 측에 요청, 특별히 6학년 6반에 배정됐다. 동생인 미지와 함께 현지를 돌봄으로써 현지에 대한 지도가 한결 효율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었다.
셋째, 사회적 통합에 노력했다.
학급구성원으로서 한 몫을 담당하도록 하는 일에 큰 비중을 두고 현지에게 책임을 맡겼다. 4교시 희망반에서 올 때 학급 급식차를 끌고 오도록 하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현지도 자신이 맡은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특히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래서 빠지는 일이 없다.
위와 같은 내용을 게시판을 활용해서 크게 알리고 친구들이 고맙다는 뜻을 알리도록 하니 더 좋은 분위기로 진전됐다.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친구들에게 현지를 도와주도록 하는 역할을 몇몇 아동에게 맡겨 보았으나 초등학생이기 때문인지 의도한 대로 진전되기 보다는 간섭하고 서로 짜증을 내는 현상이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현상을 담임이 지속적으로 지켜보며 개선하는 지도 자세를 통해 해결했다.
놀이 프로그램의 경우 현지와 함께하는 학급분위기는 형성되어 있으나 현지의 집중력이 오래 지속되지 않아 함께하는 친구들이나 현지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쉽고 간단한 놀이활동 프로그램의 경우는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고 복잡한 놀이의 경우 현지와 몇 몇 아동들만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이원화해서 지도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주인공인 현지의 경우처럼 통합학급에 편성된 어린이가 제 몫을 찾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어려움이 정말 많다. 교사와 당사자의 뜻이 맞아야하고 주변 여건도 따라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합학급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우선 당사자인 특수교육 대상아동이 자신의 역할을 해내게 하는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담임과 특수교육지도교사는 물론 학부모의 협력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현지의 경우도 어머니와의 상담을 2주에 한 번 이상 실시하고, 수시 전화 통화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여 지원 및 지도에 활용했다.
다음으로 학교의 교사들은 특수교육 대상아동의 부모의 심정과 어려움을 헤아리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동의 부모가 자녀의 장애에 대해 받아들이려는 수용의 단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상담에도 큰 역할을 하고, 공통의 해결점을 찾는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동정적이거나 일방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는 역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현지의 경우 자신을 인정해주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선생님에게는 귀찮을 정도로 따라 다녔다. 오히려 차분하게 객관적인 입장에서 지도하는 자세가 필요했다. 통합학급의 운영은 이런 점에서 볼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다고 회상하면서 교사들의 책무성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