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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국회의원이 삭발해야 하는 세상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진보 성향의 3개 단체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3년을 맞아 ‘이명박정부 백서’를 발표한 바 있다. ‘아집과 독단, 퇴행의 3년’이란 부제를 단 ‘이명박정부 백서’의 핵심은 어느 신문 기사제목처럼 ‘모든 방면 역주행’이다.

여기저기 이런저런 것에서 그것을 실감할 수 있다. LH공사 이전 문제도 그 중 하나다. LH공사 이전문제로 전북과 경남이 다투는 등 지역갈등으로 비화된 것은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전주와 진주로 옮기게 되어 있던 두 기관을 합쳤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혁신도시 정책을 별다른 대책 없이 뒤엎어버린 것이다.

무슨 경제논리로 그리했는지 잘 모르겠으나 정부가 나서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고 국력을 낭비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전북도민 2500여명이 참여해 국회의사당 계단에서 LH 본사유치를 위한 범도민서울궐기대회를 연 것은, 이를테면 도민들의 위기감을 반영한 셈이다.

장세환·최규성 국회의원의 시차를 둔 삭발은 위기감을 느낀 도민들의 절박한 심정에 대한 극단적이면서도 비장스런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장 의원은 “최근 LH 본사를 진주로 일괄 배치하는 일종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에 대한 항의 및 분산배치의 약속이행 촉구를 위해 삭발을 감행한 것이라 밝혔다.

우리는 지금 어느 신문 기사제목처럼 ‘국회의원이 삭발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김완주 도지사와 몇몇 시의원들이 LH 이전문제와 관련 삭발을 했지만, 국회의원의 그런 모습은 새삼 지금이 역주행시대임을 실감케 한다. 굳이 고사를 들춰낼 것도 없다. 우리 민족에게 삭발은 비장한 저항, 결연한 의지의 최후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여기서 잠깐 꼼꼼히 짚어볼 것이 있다. 정권이 바뀐다 해서 정책까지 사그리 바뀌는 ‘악습’이 그것이다. ‘모든 방면 역주행’이라는 이명박정부 백서에서 보듯 이전 정권의 정책이 그릇되거나 잘못되었다며 견적을 새로 뽑고 추진·실행까지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돈도 돈이지만 국민이 당할 혼란 내지 피로감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다.

비근한 예로 2009교육과정개정을 들 수 있다.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2007교육과정개정에서 필수였던 국사과목을 2009교육과정개정에서 선택으로 바꾸더니 ‘역사교육 강화방안’이라며 1년 만에 다시 필수로 되돌린 것이다. 참여정부의 정책을 갈아 엎은 데서 생긴 혼란이다.

그걸 보면서 느끼는 것은 ‘교과부가 참으로 할 일 없는 한가한 부처인가’ 하는 의구심이다. 신생국가도 아니고 1년 만에 스스로 뒤짚어 엎는 정책을 내놓는 ‘해프닝’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G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 어쩌고 하며 떠벌여댄 국격에 걸맞지 않는, 국회의원이 삭발을 강요당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인 것이다.

결국 진주 일괄배치로 결정났지만, 그냥 놔뒀더라면 지역간 갈등은 물론 시간 및 물적 낭비, 그리고 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이 삭발까지 하지 않았을 일을 벌여놓은 정부이다. 경제살리기가 중요하지만, 모든 걸 경제논리 잣대로만 재단하는 것은 개발도상국 접근법이다. 

지역간 균형 발전을 이루지 못한 역대 정권의 ‘죄업’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LH공사 이전의 경우 다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나누자는 요구를 여지없이 묵살당했다. 이명박정부가 강조해대는 ‘공정한 사회’란 그런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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