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된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를 틀어도 반가운 소식은 거의 없고 온통 부정과 부패 이야기 뿐이다. 부정을 멀리하고 바른 도리를 행하여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할 인사들이 오히려 부정부패에 앞장을 서는 형국이니 교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마음이 든다.
한 번 뿐인 인생을 맑고 깨끗한 영혼으로 살아도 부족할 판인데 악마의 영혼에 얽매여 각종 부정의 유혹에 빠져 산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불행할 것인가. 특히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는 언제나 청렴한 생활로 만인의 본이 되어야 하거늘 사리를 분별할 줄 모르고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옛날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청백리(淸白吏)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깨끗한 마음으로 나라를 위하여 일했고 부정한 일은 아예 보지도 않으려 했다는 사례도 많다. 이런 정신이 바로 청백리 정신인 것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공직자는 만날 사람은 만나고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의 의미는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백성은 반드시 만나서 도와주라는 뜻이고, 뇌물을 주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은 만나서는 절대 안 된다는 뜻이다.
청백리를 생각하다 보니 황희 정승 이야기가 떠오른다. 황희 정승은 조선조 건국초기 태조 임금부터 시작하여 모두 네 분의 임금을 모신 유명한 정승이다. 당시의 정승이라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큰 재산을 거머쥘 수 있는 높은 자리였다. 그런데도 황희 정승은 끼니를 죽으로 때울 정도로 청빈하게 생활했다.
이 소문을 들은 세종은 황희 정승을 불러
"그대는 왜 죽만 먹고 사는가? 녹봉이 부족한가? 아니면 쓸 곳이 많아서 돈이 부족한 것인가? 그렇다면 내가 녹봉을 올려주겠네."
그러자 황희 정승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전하, 아니옵니다. 소신은 나라에서 주는 녹봉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녹봉으로 편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는 가난한 사람이 많아 그들과 함께 나누어 먹다보니 부족한 것입니다. 영의정이라 하여 혼자만 호의호식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웃과 함께 나누며 백성의 귀감이 되려 하오니 전하께서는 그냥 보고만 계시옵소서."
황희 정승의 말에 세종대왕도 감동하여 황희를 청백리라 칭했다고 한다.
황희 정승 같은 청백리가 과연 우리 시대에도 존재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청백리의 마음은 공직자만 가질 마음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실천해야 하는 고귀한 마음이다. 요즘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청백리의 마음을 가지고 양극화의 해결에 앞장서려는 사람은 없는 듯하여 안타깝다. 또한 언제쯤이면 텔레비전 9시 뉴스에서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뉴스가 사라지고 황희 정승 같은 청백리를 소개하는 기분 좋은 뉴스만 볼 수 있을지. 아니 그때가 과연 오기는 할는지 리포터의 마음은 자못 수수롭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