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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동백꽃'을 가르치는 시간

'동백꽃'을 가르치는 시간이다. 소설 '동백꽃'은 불과 스물 아홉이란 나이로 요절한 일제강점기의 천재작가 김유정이 낳은 대표작이다. 어수룩한 주인공이 열일곱살 점순이의 마음을 몰라주어 생기는 에피소드가 주된 줄거리이다. 점순이는 주인공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닭싸움을 매개로 하여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닭싸움에만 매달려 일을 그르치고 만다는 해학성이 강한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도통 닭싸움을 볼 수가 없다. 어린 시절만 해도 명절이 되면 집집마다 곱게 기른 수탉을 들고 나와 닭싸움을 시키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힘차게 날개를 퍼덕이며 꼬꼬댁거리던 닭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

리포터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농촌에서는 거의가 토종닭을 키웠다. 닭의 원산지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지만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닭은 이들 종과는 다른 토종닭이다. 우리의 토종닭은 다른 나라의 닭과 모양도 크기도 다르다. 토종닭 수컷은 몸도 크고 황토색이 진하고 머리에는 붉은 볏이 매우 웅장하다.

닭은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한 가축이기에 닭과 관련된 속담도 많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이 말은 나쁜 일을 하고 들키자 엉뚱한 말로 남을 속인다는 뜻이다.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는 하려던 일이 실패로 끝났거나 자기가 바라던 방향과 일이 다르게 풀렸음을 의미한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닭'하면 생각나는 속담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했더니 대부분이 치킨 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단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닭에 대한 감상에 빠지다 보니 닭에게서 배운 다섯 가지 덕이 생각난다. 이것을 '닭의 오덕'(五德)이라고 한다.

첫째는 머리에 멋진 관을 썼으니 '문'(文)이라고 한다. 문은 글을 많이 배워 벼슬자리에 오른다는 뜻이다. 또한 닭에게는 지혜가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두 번째로 닭의 덕은 '무'(武)이다. 닭의 무는 바로 날카로운 발톱이다. 닭의 발톱은 웬만한 적들은 모두 물리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특히 이런 발톱은 닭싸움을 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세 번째는 '용'(勇)이다. 자기보다 힘 쎈 상대가 있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달려든다. 또한 힘이 부쳐도 끝까지 싸우며, 상대방이 항복하면 깨끗이 물러선다.

네 번째는 '인'(仁)이다. 닭은 먹잇감이 있으면 혼자만 먹는 것이 아니라 동료를 불러 함께 먹는다. 또한 어미닭은 병아리들이 배불리 먹고 나서야 남은 모이를 먹는다. 이런 모든 행동이 바로 인이다.

다섯 번째는 '신'(信)이다. 밤을 지켜 때를 잃지 않고 시각을 알리므로 신이다. 시계가 없던 옛날에 닭의 울음소리야말로 유용한 시계였던 셈이다.

동백꽃을 가르치며 닭의 훌륭한 덕도 함께 배우니 새삼 그동안 고기로만 먹던 닭의 면면이 돋보인다. 아울러 우리 인간도 닭의 '문무용인신'(文武勇仁信)을 본받아 너그러운 마음과 칭찬 받는 인격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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