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09.29 (일)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제언·칼럼

설익은 교육정책 학교만 멍든다

우리는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말한다. 이 말은 교육은 그 성과나 효과가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성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육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교육예산 지원에서도 항상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그 뿐만 아니다. 교육은 그 성과를 계량화하여 측정하기란 그리쉽지 않다. 이러한 교육의 특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단시간에 교육성과를 가시화할 수 있는 정책들이 교육 본래의 순수성을 외면한 채 앞을 다투어 쏟아낸다.

사실 교육은 그 성과가 인간의 성장과정을 거쳐 서서히 나타난다. 교육에 대한 만족 역시 교육을 직접 수혜한 사람만이 교육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를 느낀다. 그래서 그 효과를 굳이 숫자로 계량화 하지 않더라도 삶을 통해서 인식한다.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지금처럼 선진국으로 짧은 기간에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을 우리 모두가 교육의 성과로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교육의 효과는 세대를 걸쳐 서서히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교육정책을 보면 너무 조급한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서, 교육이 지식기반으로 생각하여 그 효과에 스피드를 주요 요인으로 착각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 같은 예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이 내놓은 교장 평가제도에서 학생이 평가자로 선정한다는 정책이다. 교육은 성숙자가 미성숙자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하물면 미성숙자인 학생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학교장의 학교경영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제자가 스승의 능력을 평가하는 꼴이다.

학교장은 학교의 장기적인 비전과 교육철학, 그리고 학교조직 구성원들의 욕구와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를 경영한다. 그 대상이 미성숙자인 학생이며 학생들을 위한 교육행정과 경영인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장은 학생들의 눈높이 맞은 미래 지향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장의 전문적인 학교경영능력이 어린 학생들의 눈으로는 바르게 볼 수도 그리고 평가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물론 학교장의 학교경영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 측정이라는 점에서는 언뜻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학교경영의 전문적인 측면과 교육특성을 고려한다면 학생의 학교장 평가는 성급한 정책이다. 분명히 학교장은 학생보다 많은 경륜과 교육에 대한 축적된 경험을 가진자이다. 이러한 학교장의 선경험들은 현재의 힘든 학생들의 모습보다 미래의 밝은 모습을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에 학교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대상이 중·고등학생이라 아직은 판단이 미숙하여 그 생각이 편향되기 쉽다는 점이다. 그래서 힘든 공부보다는 편안함을 선호하고 미래보다는 현재의 달콤함에 유혹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미성숙한 생각을 학교장의 경영능력 평가의 잣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인 것이다.

요즘처럼 교육공동체의 목소리가 높은 시기에 학생이 학교장을 평가한다면, 학교장이 학생들의 눈치를 보느라 학교 교육행정을 소신껏 펴지 못하면, 지금까지 쌓아놓은 학교의 권위와 질서가 한껏번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또한 학교장의 학교경영 자율성에도 상처를 입게 된다. 한 마디로 학교장의 소신경영, 책임경영이 아니라 인기영합주의 눈치경영을 해야 할 판이다. 그 결과는 학교장의 교육리더십 발휘에 새로운 장애물이 될 것이다.

요즘 우리교육은 설익은 정책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학교만 멍들고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교육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학생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그 본질을 두어야 한다. 지금 당장 달콤하고 편안한 정책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생각하고 교육적 본질을 회복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펼쳐야 진정한 교육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