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는 전국 초·중·고교에서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무거운 책가방을 들지 않아도 되고 연필과 지우개 및 필통도 사라지게 된다. 교실 환경도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다. 교실 앞에는 기존의 흑판 대신 터치 스크린이 놓일 것이고, 학생들은 생생한 화면을 통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가히 교실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학습효과도 높아질 것이다. 자신의 수준과 적성에 맞는 풍부한 참고자료와 정보기술을 이용한 맞춤식 예습과 복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네크로폰테(미국 MIT 교수)가 말한 '종이 책의 종말'이란 예언이 기가 막히게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이로 만든 교과서는 수천 년 동안 우리 인간들이 사용한 것으로 나름대로 큰 매력을 갖고 있다. 종이 교과서는 언제 어디서든 펼쳐볼 수 있는 휴대성이 강하고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정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컴퓨터와 전기가 있어야만 읽을 수 있는 디지털 교과서와는 전혀 다르다. 즉, 전자책은 가슴으로 읽을 수가 없다. 책은 천천히 마음으로 문맥을 되새겨가며 읽어야 그 의미가 배가된다. 종이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의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의 정보 격차도 간과할 수가 없다. 정부가 발표한 2010년 정보격차지수 실태 조사를 살펴보면, 취약계층별 개인용 컴퓨터 보유율은 장애인이 71.2%, 저소득층이 64.7%, 농어민이 58.7%였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개인용 컴퓨터가 없는 가정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칫 정보기기의 격차는 학습력 격차로 비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한 가지 요즘 들어 학생들의 인성이 점점 스피드하고 과격하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자칫 디지털 교과서가 이런 경향에 불을 지르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가 된다. 자유분방하고 편리성만 추구하는 학생들의 성향에 디지털 교과서의 전자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지털 교과서의 탄생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것이다. 물론 시대가 변하여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으면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난을 받겠지만 우리는 희로애락을 함께 할 종이 교과서가 필요한 것이다.
필자는 지금도 30년이 지난 고교시절의 손때 묻은 교과서와 참고서를 가지고 있다. 아직도 국어책을 펼치면 학창시절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군데군데 김칫국물이 배어있고 그 사이사이 끼적거린 낙서들이 보인다. 그런 것들을 보며 나는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30년 전 우리 3학년 7반 교실로 달려가 정다운 친구와 존경하는 선생님들을 만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