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섯째날(22일) - 만주벌판을 달려 러시아거리에서
여행의 마지막은 언제나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심양의 중심. 즐비한 고층건물 사이로 아침이 밝아온다. ‘중국 속의 한민족사 탐방’ 마지막 일정이 시작된다. 늦은 밤이면 다시 우리나라에 도착하게 된다. 여장을 꾸리고 체크아웃을 한다. 모두 돌아간다는 설렘이 얼굴에 묻어난다. 가족과 지인이 있는 곳, 먼 곳에서 느껴보는 나라의 의미와 가족 사랑을 되새겨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수확일 것이다.
심양에서 대련까지 약 380㎞이다. 고구려 시대 천리장성이 시작된 경로이다. 또 가도 가도 가물가물한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 만주벌판의 시작이다. 약 5시간이 소요되는 거리. 일행들은 멀다고들 하지만 중국 사람들에게 이 거리는 이웃이라 한다. 그만큼 국토가 광대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심양에서 산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버스는 교통량이 한산한 왕복 8차선 도로를 거침없이 달린다. 도로변 넓은 들엔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상아색 수꽃이 바람에 물결을 탄다. 저 멀리 들판에 백양나무숲만 간간이 보인다. 이 곡창지대를 왜 일본이 눈독을 들였는지 알 것 같다. 조선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중국을 돌아보며 미개간된 이 지역을 보고 여기에 벼를 심는다면 많은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겠다는 말을 하였다 한다.
고속도로변 잘 관리된 백양나무와 고속철 길을 보면서 중국은 더는 잠자는 나라가 아닌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저력이 숨어 있는 나라란 것을 느낀다. 우리나라 모그룹 회장이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따라오고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숨통이 막히는 현실이 작금이라는 말을 생각하며 이 상태에서 교육을 통한 첨단기술 기술 집약산업과 지적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지구촌에서는 선진국이라 자부하여도 언젠가는 추락할 수 있다는 잠재성이 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5시간을 달려 정오가 지난 시간 대련 시내로 들어선다. 무궤도 전차가 다니고 변방의 중국이 아닌 도회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흐린 날씨다. 여름의 열기를 느끼면서 러시아 거리로 향한다. 중국 속의 러시아 거리는 어떤 모습일까?
대련은 19세기 후반 삼국간섭으로 러시아의 극동 함대가 주둔했었던 곳이다. 러시아 거리는 일직선으로 200여m 될까? 흡사 서울의 남대문 시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다만, 양쪽의 건물만 러시아풍 건물을 그대로이다. 건물의 규모를 보니 당시의 러시아인들의 세력을 알만 같다. 지금은 모두 중국 상인들이 점령하고 흥정을 통한 가격을 정하는 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화려한 빛깔과 물건들은 가히 보는 이들의 마음을 빼앗을 만하다.
대련 시내의 거리를 걸으며 플라타너스 가로수를 본다. 이제 처음 내렸던 대련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
대련공항! 인천공항에 비하면 공항이라 할 수 없을 규모이다. 하지만 출국절차는 간단치 않다. 오후 5시 50분 출국심사를 마치고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공항에서 그동안 정들었던 사람들과 이별의 인사를 나누었지만, 여전히 또 하나의 이별을 가슴에 새기고 간다. 정이란 뭐기에!
오후 6시 반을 넘은 시간 인천을 향하여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대련공항을 이륙한다. 기내에서 다시 시간을 1시간 앞으로 돌려 우리나라 시간으로 맞춘다. 50여 분의 비행 끝에 어둠이 몰려오는 인천공항 상공에 들어선다. 기내에서 내려다본 공항과 인근의 도시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어둠을 몰아내는 저 불빛. 잘 산다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는 자부심일까? 하지만 풍족할 때 더 신중한 씀씀이를 가져야 함이 다가올 위기를 준비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활주로에 바퀴가 접지하는 진동과 함께 계류장으로 들어선다. 그래 우리나라다. 안심해도 된다. 여기선 국제미아가 없다. 나라가 보호해 주니까. 모든 간판이 한글로 읽을 수 있고 마음대로 의사소통이 되니 얼마나 좋은가.
입국 절차를 마치고 짐을 찾고 모두 다시 원점을 향하여 손 인사로 대신하며 헤어진다. 긴 일정의 끝일까? 하지만 남쪽에 살고 있어 밤을 새워 더 가야 한다. 창원행 심야버스를 기다리며 늦은 밤이지만 생동하는 공항을 보며 지나온 일정을 되돌아본다.
앞으로 개학하여 아이들에게 전할 말들이 가슴 가득하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고 더 열심히 실력을 쌓고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세우며 전 세계를 누리게 하는 일이 앞으로의 남은 숙제이다. 교육자로서 책임감이 더 무거워 온다.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여행. 자라나는 세대들의 교육을 위해 참다운 우리 한민족사를 깨닫는 기회를 준 조선일보, 신한은행 GS 장학재단에 감사를 표하며 육로로 먼 길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텔레파시를 보낸다. 사랑과 감동으로 미래를 깨우는 교육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