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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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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더불어 사는 마음 갖기

예년보다 긴 장마 속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이들 하나 하나 이름을 부르면서 한 학기의 활동 결과인 통지표를 나누어주는 시간이다. 예나 지금이나 제일 긴장되는 순간인데 통지표를 받아들고 옆 친구와 비교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얼른 감추어 버리는 녀석도 있다.

요즈음 통지표는 서술식으로 점수나 평어로 표시되지 않아 누가 잘하고 못하고 비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교실 안은 소란스러워진다. 통지표를 기록하면서 제일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아이들의 행동발달 및 특기사항을 기록하는 란이다. 평소의 행동을 눈여겨보고 얼굴만 보아도 아이들의 특성은 잘 알 수 있지만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했을 때와는 사뭇 변화된 행동의 차이점을 보게된다.

세상을 향기나게 만들고 바르게 살아가는 일은 그 구성원들이 갖는 인성이 중요시된다. 그런데 산업화 고속화 정보화로 제 빛을 잃어버리자 심각성을 깨닫고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직감하고 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고 학력은 높아 졌지만 상식은 부족해 졌다”는 말처럼 아이들은 성급하고 베풀 줄 모르며 참을성이 적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며 지금의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큰 문제 거리지만 한 번쯤 되짚어 보고 그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미래를 향한 희망의 씨앗을 준비하는 게 아닌가 한다.

며칠 전 도덕시간이었다. 친절과 양보에 대하여 수업을 하다가 문득 아이들에게 친구가 모르는 게 있어서 가르쳐 달라고 하면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은 손들어 보라 하니 대여섯 명 정도 손을 든다. 이유인즉 내가 애써 공부하여 온 것을 가르쳐 주면 손해고 시간 낭비라고 한다. 정말 큰 충격이었다. 그 시발점이 어디인지 분명 잘못 되었다는 현실을 알게 되는 부분이었다.

여기서 잠깐 지난날 부모님들의 자람을 돌아본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생존의 지름길이라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늦은 때는 자연과 마을의 또래 친구들을 통해 노는 방법과 양보도 알고 손해도 보며 베풀 줄 아는 심성을 갖고 자랐다. 간혹 잘못된 행동들은 모두 제 자식인양 관심을 쏟아주는 주위 어른들의 한 마디가 좋은 가르침으로 작용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이 스승인 샘이었다.

그러면 요즘은 어떤가? 나날이 세분화되고 핵가족화 되고 출산율 저하가 인구감소를 가져와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아이들도 한 집에 둘 아니면 하나로 모두 귀한 자식들이다. 귀하다 보니 잘못해도 꾸중보다는 지나치기가 다반사고, 주위에서 버릇없다는 말을 하면 무슨 상관이냐고 되려 고개를 치켜드니 주변이 스승인 시대는 이미 세월의 뒷전에 서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본다. 놀이 문화는 그 시대와 사회상을 대변한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의 주요 수단은 컴퓨터 게임이다. 친구가 없어도 전혀 구애를 받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벗어난 신종 놀이문화다. 결국 이것은 어울림을 귀찮아하고 협동심과 양보심이 결여된 개인주의 성격으로 형성되어지고 있다.

설령 그런 병폐를 알고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놀라고 떠밀다시피 하여 보내도 얼마 안 있어 다시 들어온다. 모두가 학원이다 공부방이다 하여 놀 친구가 없고 어울려 노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취급받으며 노는 것도 의도적으로 만들어 주어야 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사람의 성격 형성은 선천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생활경험에 의하여 터득되어진 것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시대가 지날수록 더 개인위주로 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공부는 사회를 살아가는 수단이고 그것을 더 발전시켜 빛나게 하는 것은 개개인의 올바른 인성인 것이다. 이것은 점진적인 감화감동으로 변화를 필요로 하며 하루아침에 색깔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구상에 생명을 가진 것은 영속하는 법이 없다. 세대와 세대가 이어진다. 고사리 같은 미래의 꿈나무들이 방학을 계기로 가족 친지 친구들과 어울림을 체험하고 양보하고 베풀 줄 아는 좋은 마음의 자람을 갖는 기회가 되기를 빌어본다. 이것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관심을 갖고 어루만져주는 분위기가 되어야 빛을 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학식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 우산 행렬들을 보며 개학 때는 더 여물어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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