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사랑을 한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맞닿은 채 오랜 세월이 지나면 서로 합쳐져 하나의 나무가 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연리인데 나뭇가지가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連理木)이다. 연리지는 남녀사이나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과 지극한 효성을 말하고 '사랑나무'라고도 부른다.
비익연리(比翼連理)는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라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비익조(比翼鳥)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붙어 서로 결이 통한 연리지(連理枝)를 뜻한다.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가 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랑을 읊은 장한가에서 '재천원작비익조(在天願作比翼鳥) 재지원위연리지(在地願爲連理枝)', 즉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한다고 읊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의 연리지는 소나무(높이 15m) 두 그루의 가지가 남녀가 손을 맞잡듯 서로 끌어당기고 있어 볼수록 신비로웠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무 가까이에 신축 건물이 들어선 후 말라죽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연리지를 여러 곳에 소개했었기에 그곳을 지나게 되면 애써 눈길을 돌렸다.
그런데 오늘(13일) 송면리와 가까운 삼송리에서 잘생긴 연리지를 보고 왔다. 청주삼백리회원들과 청천면으로 마을 답사를 갔다. 점심 무렵 중대봉과 대야산 산행의 기점이 되는 삼송리의 농바위에서도 한참을 올라야 만나는 석천암에 들렸다. 송면리 연리지가 고사한 것을 얘기하던 끝에 이곳의 주지스님이 30여분 거리의 꼭지봉에 가면 새로운 연리지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곧 비가 쏟아질 날씨였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계획에 없던 산행을 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평소 사람들이 왕래하는 길이 아니고 주지스님에게 들은 얘기에 의존해 연리지를 찾아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조금 더 찾아보고 없으면 다음에 주지스님과 동행하자는 얘기도 했다. 연리지는 중대봉과 뒤편의 대야산이 눈앞에 보이는 꼭지봉 못미처에 있었다. 고생해 올라온 보람을 느끼는데 산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꼭지봉 못미처에서 만난 연리지의 모습을 사진으로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