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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토요 스포츠 데이로 학교운동부 육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학교운동부가 마치 학교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느끼게 한다. 연일 학교운동부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로 끊이지 않은 것을 대할 땐 교원으로서 정말 얼굴이 뜨거워진다. 사실 필자도 4년 동안 학교운동부를 운영했었으나 솔직히 가시밭을 걷은 심정이었다. 언재,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시한폭탄을 안고 있을 정도로 학교경영자들에겐 항상 불안의 요인이 되었다.

이 같은 학교운동부의 운영은 우리나라를 스포츠 강국으로 만드는데 한 몫을 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모든 사람이 하는 생활 스포츠가 아니라 몇몇 선수를 위한 엘리트 중심의 스포츠 교육에만 힘을 쏟았다. 이러한 엘리트 중심 스포츠의 출발은 학교운동부에 있으며, 모두 박지성과 김연아 같은 글로벌 선수를 꿈꾸며 공부와 운동이라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성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학교운동부 운영의 문제점은 학생선수 학습권 침해로 인한 학력 저하 현상, 일부 학교 운동부의 관행적 불법찬조금 조성, 운동부 학생의 폭행 및 성폭력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이러한 학교운동부의 제도와 관행에 대해 개선의 목소리는 오늘내일의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고쳐야 할 일이기도 하다.

먼저 구조적인 문제점이기는 하지만 학생의 학습권 보호가 필요하다. 학생선수는 선수이기 전에 학생이다. 그러므로 학생으로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함에도 각종 대회나 훈련 등으로 학습결손을 초래하기 일쑤다. 이러한 요인으로 학생의 학력은 하위권으로 밀려난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 초등학교 4~6학년부터 적용되는 학습권 보장제이나 이를 잘 지키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둘째는 학생선수의 폭행과 성폭력 및 인권 보호에 대한 문제다. 요즘에도 끊이지 않은 것이 바로 코치들의 학생 폭력, 성폭행, 그리고 학생들 간 폭력 등이다. 근원적으로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의 교육방법은 한마디로 도제교육이었다. 이러한 교육방법에는 강압적인 폭력이 함께 동반함으로 항상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코치나 감독의 사전교육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끊이지 않고 나타나는 문제이다.

셋째는 일부 학교 운동부의 관행적 불법찬조금 조성이다. 운동부는 각종 대회출전과 전지훈련 등에 따른 운영경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비는 학교 운동부 육성비나 지자체단체의 운동선수 육성지원비가 고작이다. 그래서 항상 부족한 돈의 일부분은 학부모로 부터 비합법적으로 지원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넷째는 감독과 코치 인건비 지원의 문제다. 지금까지 학교운동부의 감독과 코치의 인건비는 수혜자 부담원칙에 따라 학생들이 부담하고 있다. 전국소년체전이나 전국체육대회 입상팀의 지도자는 교육청에서 임용하고 지원하지만 대부분은 학부모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그 지원액도 최저생활비 수준이어서 어렵게 생활하다보니 여러 가지 비리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다섯째는 학교 운동선수 인적자원 확보의 문제다. 요즘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취미로 운동을 시키지만 전문적인 운동선수 교육은 회피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운동부는 선수 확보를 위해 상당수 학생을 타 지역에서 확보하고 있다. 이는 장거리 통학 등으로 인해 또 다른 많은 문제의 원인이 된다.

여섯째는 너무 경쟁적인 승리주의다. 물론 경쟁에서는 승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운동부는 운동수행력이나 운동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선수들을 찾아 그들에게 운동의 탁월성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기술이나 전략의 개발을 통해 스포츠에 재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학교운동부 문제점에 대한 해결점은 무엇보다 구조적인 모순부터 치료가 필요하다. 피라밋 구조의 학교운동부의 성공률은 극히 낮은 숫자지만 그 화려함이란 젊은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엘리트 선수들 중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공한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경우는 전체 선수 중 확률적으로 미미한 상태이다.

학교운동부의 본질적인 활동은 학교교육의 일환으로서 교육과정 외에 행해지는 학생의 스포츠 활동이다. 이러한 스포츠 활동은 학생 상호간의 친화적인 태도의 형성, 체력의 향상이나 건강의 증진, 자존감 및 자기 효능감 향상, 매너, 경기 규칙을 준수하는 태도의 육성은 학생들에게 그 교육적 의의가 큰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내년부터 모든 학교에서 실시되는 주 5일제는 과열과외, 학생안전 등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불편한 점도 제기되지만 쉬는 토요일이 아닌 학교 스포츠 데이로 활용하는 방안이 교과부로부터 논의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지금과 같은 부정적인 학교운동부 운영을 내년부터 토요 스포츠 데이를 이용한다면 많은 문제점을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엘리트가 아닌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스포츠의 체험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느끼는 스포츠의 장점을극대화 시켜서 모두가 함께 즐기고 자신의 특기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례는 스포츠 강국인 독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독일은 학교에는 엘리트를 양성하는 운동부가 따로 없으며, 학교에서 주 2~3시간 체육수업이 고작이다. 학교체육은 전문적인 선수를 키우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운동의 재미를 붙이게 하고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기본 목표 이외는 없다.

그러나 독일의 엘리트 선수들은 바로 스포츠클럽에서 나오고 있다. 독일에는 약 8만개의 스포츠클럽이 있으며 총 회원 수는 2800만 명. 독일 인구의 3분의 1이 스포츠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 스포츠클럽은 자생적으로 생기고 운영되는 조직이며 국가 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학교교육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모든 클럽활동은 수업이 끝난 후 이뤄진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교운동부는 교육을 하기보다는 엘리트 선수를 길러내는 곳에 가까웠다. 선수를 길러내는 일은 한 마디로 학교교육이 아니다. 학교교육이 아닌 일임에 지금과 같은 학교운동부 육성에는 비교육적인 문제가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독일처럼 내년부터 실시되는 주5일제 토요일을 스포츠 데이로 잘 활용한다면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운동하여 자신의 건강은 물론 올바른 경쟁심과 협동심, 그리고 사회성과 도전정신으로 자신의 무한한 꿈을 키울 수 있는 학교문화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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