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자 워크숍에 함께 참석했던 대학생 시민기자가 필자의 메모 수첩을 보고 '메모의 달인'이라는 글을 썼다. 과분한 칭찬이다. 달인 정도는 아니고 메모를 즐겨한다. 메모를 생활화하고 있는 것이다. 메모는 나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출퇴근 할 때나 출장 갈 때 필자는 가방을 들고 간다. 가방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교육수첩, 메모수첩, 디카가 필수다. 언제 어디서고 메모가 가능하고 사진 촬영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메모의 양이 많아 순식간에 할 수 없을 때에는 디카로 촬영하기도 한다.
각종 회의에 참석할 때, 가방을 꼭 들고 간다. 필자를 아는 동료교장은 '가방 들고 다니는 교장'이라는 닉네임을 붙인다. 맨손이 이동에는 편하지만 가방 들고 다니는 사람은 왠지 학구적으로 보인다. 지성인처럼 보이는 것이다. 가방 속에 책이 들어 있다면 더 좋다.
2박 3일간의 워크숍 기간 중, 메모를 살펴본다. '2011.11.4 시민기자 워크숍'이라는 제목 아래 10페이지 분량이다. 날짜, 시간, 이동 장소별로 주요사항이 메모가 되어 있다. 강의 내옹은 물론 보고 들은 것, 느낌 뿐 아니라 떠오른 아이디어도 기록한다. 룸메이트와의 인터뷰 내용도 있다.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기사를 쓴다.
늘 갖고 다니는 교육수첩을 살펴본다. 날짜별로 해야 할 일, 한 일 등이 번호를 붙여 가며 기록되어 있다. 공적인 것이 대부분이지만 사적인 것도 있다. 사적인 것은 번호 앞에 표시(I)가 되어 있다. 완료된 것은 번호에 동그라미를 치고 연기된 것이나 미완료된 것에는 세모 표시, 취소된 것은 가위표가 되어 있다.
기록은 사람을 정확하게 만든다. 기록은 개인의 역사로도 남는다. 집 책상 위에 놓인 카렌다 메모장, 이것을 보면 매월 일정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것으로 스케줄 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금전출납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돈 지출과 수입이 기록되어 있다. 결혼 전부터 이것을 하였으니 20년이 넘는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메모의 달인이 되는 6가지 요령' 이 나와 있다. 1. 언제 어디서나 메모한다. 2. 메모는 질보다 양을 중시한다. 3.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다. 4. 간결하게 기록한다. 5. 5W1H에 의거한다. 6. 잊기 위해 메모한다. 경험에 비추어보니 모두 맞는 말이다. 특히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그 때 그 때 기록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곧 망각되고 만다.
기록은 사람을 성공으로 이끈다. 계획을 세우고 그 실행방법을 메모하고 늘 쳐다보면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성공한다. '실행이 답이다'라는 책도 나왔다. 곧바로 실천하는 것은 더 큰 힘이 된다. 목표와 계획-기록-실천. 이것의 성공사례는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예일대학교의 연구결과와 사례에서도 입증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메모의 달인은 아니다. 메모를 즐기다 보니 습관화되었고 상대방의 말하는 속도가 빨라도 속기사처럼 그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녹음기가 필요없다. 장기간수련의 결과다. 때론 너무나 빨리 적어 스스로도 알아보기 힘든 때도 있지만 전후 문맥을 보면 금방 알아낸다.
기자뿐 아니라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 또 국민들이 메모를 생활화했으면 한다. 메모광은 아니더라도 기록의 중요함을 깨닫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선진국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