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출근길에 아파트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인명사고는 아니고 가벼운 차량 접촉사고다. 주차장에서 후진하려고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하였다. 다행이 뒤 주차구역이 비어있다. 그리로 후진하여 출발하면 된다. 그런데 '찌지직' 소리?
내려서 확인하니 내차 후미등 일부가 깨졌다. 붉은색 플라스틱 조각이 땅에 떨어졌다. 차도 약간 찌그러들었다. 상대방 차를 보니 끄덕없다. 차 모서리에 약간 긁힌 자국만 있다. 아파트 경비가 온다. 출근길이니 차 주인에게 이 상황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나 나름대로 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본다.
①'나도 나이가 먹었구나!' 운동 기능이 떨어져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차에서 경고음이 들렸는데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 것이다. ② '어제 야간 컴퓨터 작업에 무리가 왔구나!' 급작스럽게 미래교육 관련 보고서를 5매 정도 2시까지 썼다. 정신적 집중이 육체적 소모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③'나쁜 습관을 못 고치고 있구나!' 시동 걸기가 무섭게 라디오를 켜니 밖의 상황에 둔감하다. ④ '내가 자만하고 있구나!' 운전 경력이 어느 정도 있다고 늘 하던대로 고개를 돌려 후방을 직접 쳐다보며 후진을 했어야 하는데 백미러를 보고 하였다. ⑤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구나!' 마음이 급하면 사고가 난다. 아침 시간에 여유가 없는 것이다. ⑥ '내 차가 너무 크구나!' 중형차(소나타)는 내 수준에 맞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상대방 잘못은 없을까? 운행중도 아니고 주차구역에 주차상태다. 자세히 보니 옆 주차공간을 침범하였다. 외제차(허머)라 차량 폭이 1.897m이다. 왠만한 주차공간은 꽉 찬다. 바퀴가 옆으로 나와 있다. 저 차만 옆에 없었어도...저 차가 작은 차라면...옆 공간을 침범하지 않게 제대로 주차하였으면...접촉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상대방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내 잘못이 99.9%다.
퇴근 후 피해차량 주인을 만났다. 보험회사에 신고도 하였다. 이제 수리만 하면 끝이다. 내 차 수리비의 20%를 부담하면 상대방 차 수리비용을 비롯해 나머지는 보험사에서 처리를 해 준다.
여기서 인생을 생각해 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크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구나!'이다. '내 능력껏 사는데 뭐가 어떠냐?'가 아니다. 함께 살면서 이웃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더 작은 차를 몰았다면 10cm 차이로 접촉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방도 보통의 중형차를 소유하였다면 옆구역까지 침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니 부인도 외제차를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분은 우리 아파트 수준하고는 다르다. 주차 공간도 여유 있는 곳에서 살면 피해를 주거나 엉뚱한 피해를 받지 않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직위를 생각해 지금의 차를 구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연비 등을 생각하면 실용적인 것은 아니다.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 경차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는 각종 혜택이 많아 환영을 받는다고 한다. 경차 운행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하고 자랑이다. 고급차 운행은 지구 살리기에도 역행을 하는 것이다. 우리도 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치 차격(車格)이 있다. 비싼 차, 외제차, 대형차, 고급차가 인격을 말해 준다고 착각하고 있다. 값비싼 차가 부(富)의 상징인 것처럼 비추어진다. 호텔에서도 고급 승용차는 대우를 받고 경차는 무시 당한다. 호텔의 품위를 생각한 것이라는데 이게 올바른 생각인지? 차뿐 아니라 그 차를 타고 온 사람까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무언가 잘못된 사회다.
자동차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자가용은 운행이 목적이지 부의 과시 수단이 아니다. 비싼 차 운행하는 사람은 인격이 갖추어져 있고 경차 운행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못한 것이 아니다. 자동차의 가격과 인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차격이 인격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중대형차 선호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이번 사고를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본다. 내가 허욕에 사로잡혀 있지나 않은지? 분수를 모르고 허둥대고나 있지 않은지? 운행하는 차가 커서 남에게 보이지 않는 피해를 주고 있지나 않은지? 생각의 여유 없이 하루하루 너무 바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차격이 인격'이라는 생각에 무언의 동조를 해 온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