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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장선생님, 화분 앞뒤가 바뀌었네요?"

'때론 뒤도 보며 살자' '무생물에도 신경을 쓰자' '혹시 내가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어제 교장실에 우리 학교 평생교육 꽃꽂이 강사가 다녀간 뒤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해 본다. 꽃꽂이 사범 앞에서 무안을 당했기 때문이다. 내가 주위 사물에 대해 그렇게 무신경했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교장실 의자 뒤편에 작은 오디오가 있다. 주로 라디오 음악을 듣지만 뉴스도 듣는다. 참 요긴하게 사용한다. 그 오디오 위에 작은 화분 하나가 있다. 내용물은 조화(造花)다. 그 화분이 잘못 놓인 것이다.

지난 9월에 부임했으니 그 화분과 3개월 같이 지냈다. 조화라서 정기적으로 물을 줄 필요도 없고 하여 별 관심 없이 보았다. 오디오만 있는 것보다 조화가 있으니 그런대로 괜찮다고 보았다. 기계에 꽃이 있으니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니 그렇게 보았다.




또 전임 교장의 가구 배치를 바꾸지 않아 그대로 사용하니 구태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전임자(여성 교장임)가 여성의 섬세함으로 오죽 잘 배치했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니다 청소하는 학생들이 바꾸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교장선생님, 화분 앞뒤가 바뀌었네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바꾸어 놓고 보니 보기가 좋다. 꽃, 줄기, 열매가 제대로 보인다. 진작 그렇게 놓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관상, 미적 감각으로 앞뒤가 바뀐 것을 알지 못하였다. 나의 무관심, 무신경 탓이다.

생물체에는 어느 정도 관심이 있어 때때로 살펴는 봐도 무생물체인 조화에는 정(情)을 주지 않은 것이다.  강사의 말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교장이라는 사람이 아름다움에 저렇게 무디다니?'하는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매일 바쁘게 종종거리며 산다.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교장실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앞과 컴퓨터 모니터가 있는 옆만 본다. 뒤를 쳐다보지 않는다. 그만치 삶에 여유가 없는 것이다.

교장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간다. 교직원이 제일 많고 학생, 학부모, 학교방문 외부인사 등이 교장실을 다녀 간다. 그러나 화분이 잘못 놓인 것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왜? 자기 용건만 끝나면 그냥 나가기 때문이다. 그들 잘못이 아니다. 그들은 교장실을 찬찬히 둘러볼 시간이 없다.

그러나 꽃꽂이 강사는 달랐다. 작품으로 만든 보라색 양초가 꽂힌 화분을 가져오면서 오디오 위 화분이 잘못 놓인 것을 발견한 것이다. 과연 전문가는 다르다. 관련 협회에서 수 십년간 활동한 경력을 숨길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주위의 작은 사물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교장실 주인으로서 사물이 제대로 놓여져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지적하기 전에 잘못된 것은 먼저 바로 잡아야겠다. 이번 해프닝의 교훈은 한마디로 '주위 사물에 애정을 갖자'이다. 관심, 사랑, 애정이 있으면 보이게 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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