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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월정사와 소금강 품은 오대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을 시작으로 자연생태계나 문화와 경관을 대표하는 20개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자연과 인간이 함께 행복한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과 더불어 명산으로 꼽히는 오대산국립공원이다.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최고봉으로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이 축을 이루는 오대산국립공원은 크게 월정사지구와 소금강지구로 구분된다. 월정사지구는 불교유적을 중심으로 한 문화자원의 보고로 봉우리 사이를 잇는 능선의 산세가 부드러우면서 웅장하다. 소금강지구는 바위산으로 기암괴석과 폭포, 소와 담이 금강산에 견줄 만한 절경을 이루며 남성스러움과 화려함을 갖췄다.


11월 26일, 동해안으로의 여행길에 오대산국립공원을 다녀왔다. 오대산 동쪽 노인봉(1,338m) 아래편 기슭에 천하의 절경을 펼쳐놓은 게 소금강이다. 1970년 명승지 제1호로 지정된 소금강은 맑은 폭포와 기암괴석의 빼어난 풍광이 오대산국립공원의 대표적인 선경으로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7번 국도 연곡교차로에서 6번 국도로 들어서 물길을 따라 월정사 방향으로 달리다 삼산1리의 소금강입구에서 좌회전해 소금강 주차장까지 간다. 향토음식점이 즐비한 상가지구와 소금강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소금강 표석이 맞이한다. 


왼편 계곡으로 봄철 산복숭아와 산벗나무에 꽃이 피면 무릉도원이 된다는 무릉계가 이어진다. 무릉계를 경계로 하류 쪽을 외소금강, 상류 쪽을 내소금강으로 구분한다.

오솔길을 따라 가면 왼편 계곡에 십자소가 있다. 십자소는 깎아지른 화강암 절벽이 +자형으로 깊게 갈라져 사방에서 물이 흘러들어 폭포와 못을 형성하고 있다. 주변의 풍경을 물속에 담은 십자소의 모습이 아름답다.

십자소에서 연화담까지 맑은 물이 바위 위를 미끄러지듯이 흐르다가 작은 폭포를 만드는 청학동소금강계곡이 길게 이어진다. 연화담은 작은 폭포에서 떨어진 물줄기의 일렁임이 연꽃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옛날 7선녀가 이곳에 내려와서 목욕을 한 후 오른편 화장대(명경대)에서 화장을 하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금강사는 소금강 내의 유일한 사찰로 규모가 작다, 사찰 앞 영춘대에 율곡 이이가 직접 쓴 '소금강'이 새겨져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 기암괴석이 가득해 주위의 풍경이 아름답다.


금강사에서 가까운 곳에 넓이가 50여 평이나 되고 100여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너래반석 식당암이 있다. 식당암은 태조 왕건에게 나라를 내어준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고자 성을 쌓고 군사들을 훈련시키던 시절 군사들이 식사하던 장소로 400여 년 전 소금강을 방문한 율곡 이이도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고 전한다.

식당암을 지난 후 다리를 건너면 계곡 맞은편에 삼선암이 있다. 삼선암 주변에서 만나는 계곡의 풍경이 멋지다. 바위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도 이채롭다.


청심대폭포를 지나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루는 구룡폭포에 이른다. 소금강을 대표하는 폭포로 구룡소에서 나온 아홉 마리의 용이 폭포 하나씩을 차지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명소이다. 제8폭포 근처에 조선 숙종 때의 명필 허목이 쓴 '구룡연'이라는 글씨가 있다.

계속 올라가면 거인상ㆍ귀면암ㆍ이월암ㆍ촛대석 등으로 불리는 만물상,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 낙영폭포, 노인봉, 진고개로 연결된다. 


구룡폭포에서 주차장까지 자연이 만든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온다. 소금강삼거리에서 좌회전해 6번 국도를 서남쪽으로 달려 월정사로 간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사철 푸른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고즈넉하고, 열목어가 헤엄치는 사찰 옆 계곡의 풍경이 아름답다.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 오대산상원사중창권선문(국보 제292호) 등 중요 문화재가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수령 100년 안팎의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루는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천왕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서면 찻집 청류다원의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낙엽이 모두 떨어진 초겨울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그 앞에 전면 3칸, 측면 2칸의 2층 누각 금강루가 있다.


금강루를 지나면 적광전과 팔각구층석탑이 맞이한다. 적광전은 남향으로 된 정면 5칸, 측면 4칸의 큰 법당으로 단청이 화려하다. 석굴암의 불상 형태를 그대로 따른 석가모니불을 모신 적광전 뒷면의 벽에 10개의 소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를 그린 심우도가 그려져 있다. 적광전 앞에 살짝 들린 여덟 곳의 귀퉁이마다 풍경을 달아 놓은 팔각구층석탑이 있다. 15.2m 높이의 팔각구층석탑은 국보 제48호로 고려 초기의 석탑을 대표한다.


적광전을 중심으로 용금루와 종고루, 동별당과 서별당, 진영각과 개산조각, 삼성각과 수광전 등의 전각이 있다. 전통사찰에 머물며 사찰의 일상생활을 체험해봄으로써 한국불교의 전통문화와 수행정신을 받아들이고, 자연과 어우러지며 삶의 본래 모습을 찾아내는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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