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내에 볼일이 있어 버스터미널에 갔더니 터미널 한 귀퉁이에서 젊은이들 한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차림새로 보아 필시 고등학생처럼 보였다. 책가방이 옆에 있었고 교복과 비슷한 옷들을 입고 있어서 더욱 그런 확신이 들었다.
버스터미널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 이곳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공중도덕에 어긋나는 일인데도 학생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열심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담배는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독성 물질인데도 사람들은 왜 담배를 피우는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요즘에는 담배를 피우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여학생들의 흡연 비율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여서 더욱 걱정이다.
미국의 제34대 대통령인 아이젠하워는 서유럽주둔 연합군 최고 사령관직에 있을 때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 '굴뚝의 연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한다. 그는 하루에 담배를 60개비 이상 피웠다니 담배와 함께 한 대표적인 인물일 것이다.
그러던 중 그는 마침내 큰 병에 걸렸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더니 의사가 말하길, 이 병은 담배의 독성으로 생긴 병이니 지금 당장 담배를 끓고 치료를 받아야 살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아이젠하워는 담배 피운 것을 후회하고 주머니에 있던 담뱃갑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고 한다.
어느 날 아이젠하워의 절친한 친구가 찾아와서 그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담배 피우는 것을 보고 "자네는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마음에 거슬리지 않은가?"라고 질문하자 아이젠하워는 "아니야 나는 그들에게 우월감을 느낄 뿐 거슬리지는 않아. 나에게 담배끊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기쁘지."
그러니까 아이젠하워 생각에 흡연은 분명히 나쁜 것이고 나쁜 것임을 알면서도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은연중 경고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동시에 담배를 끊는 것이 건강회복의 기쁨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면서 동시에 나쁜 일이란 생각이 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고치라는 권면의 충고를 함께 전달한 것이다.
우유부단이란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이면서 딱 잘라 결단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마음을 가진 자는 담배끊기가 무척 어렵고 결국 건강을 해치는 비극을 맞게 되는 것이다. 만일 아이젠하워가 의사의 충고를 무시하고 흡연을 계속했다면서 난치병을 고치지 못했을 것이고, 결국 앓아 눕게 되어 찬란한 업적도 이루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한 사람의 평범한 환자로 삶을 마감했을 것이다.
터미널에서 청소년들이 담배피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저들의 인생도 머잖아 저 담배연기처럼 허망하게 공중으로 사라지고 말 것 같은 불안감에 리포터는 한참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