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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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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우리는 독서친구

 책을 읽다 살짝 고개들고 쳐다 봤더니 학생들의 책읽는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스마트폰으로 살짝 찍었다

부모는 자녀들이 바람직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기쁠 것이다. 부모는 하루 한시도 자녀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부모는 자녀들의 자라는 모습, 생활하는 모습, 학습하는 모습, 건강한 모습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훌륭한 인격체가 되게 하기 위해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려고 노력한다. 거의 필사적이며 본능적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자녀들만큼은 건강하고 능력 있는 성공한 사람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다. 

부모의 마음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학생들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내 반 아이들 하나하나 소중한 자식으로 여긴다.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배움을 통해 깨달아가고 달라져가는 학생들을 볼 때 진정한 기쁨을 누린다. 때로는 친구가 되고 때로는 엄격한 스승이 되고, 때로는 기쁨과 아픔을 같이하면서 매일매일 그렇게 사제로써의 관계를 이어간다. 학교는 사제가 함께 교육을 엮어가는 터전이다.

요즘 나는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즐겁다. 다른 때보다 출근을 20여분 앞당겼다. 이른 아침 바깥 날씨는 영하를 기록한다. 도착 즉시 도서실로 간다. 도서실은 미리 난방장치를 가동하여 아늑하다. 먼저 도착한 학생들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 도서실에서는 인사도 하지말자고 약속했다. 인사말 소리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아야 하고 주의집중에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살며시 구석의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본다. 주로 동화책을 본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 동화책도 어린이들만 보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동안 책을 보다 살며시 고개를 들어 본다. 어느 사이에 30여명(전교생 39명)의 학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 의자에 앉은 학생, 난방바닥에 편하게 앉은 학생, 계단에 자연스럽게 앉은 학생, 아예 엎드리거나 누워있는 학생 등 자신들만의 편안한 자세로 책읽기에 열중이다. 숨소리조차 들릴 만큼 조용하다.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1교시 직전까지 짧게는 25분간, 길게는 50분간 아침독서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담임선생님들께서도 오신다. 학생들처럼 살며시 들어오셔서 조용히 책을 펼쳐든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나는 벅찬 기대감에 콧등이 찡해진다.

며칠 전부터는 아침독서를 돕기 위해 자모님들도 오신다. 사서도우미 자원 봉사활동이다. 도서 대출 및 도서 정리를 해 주신다. 특히 우리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이 독서클럽을 조직하여 그 활동이 다양하다. 주 1회 저녁식사 후 모여서 독서 토론회를 갖는다. 15명 정도가 회원이다. 공동 관심사가 된 도서를 동시에 구입하여 갖는 독후 토론이다. 줄거리를 포함하여 느낀 점 등을 일정한 형식 없이 사랑방식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조성한다. 독서문화를 즐긴다.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열성적이다. 벌써 5년간 이런 클럽활동을 해왔다고 하니 이 고장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책과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해 주고, 독서습관을 형성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독서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독서하는 입장으로 학생들과 독서 친구가 되었다. 간혹 독서 분위기를 훼손하는 학생이 있어도 사소한 간섭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느끼고 깨달으면서 좋은 독서 습관을 길러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나, 우리는 독서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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