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면 잎이 더 잘 보이듯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언저리는 더 크다
처서를 넘긴 팔월 말
열어 놓은 창으로 귀뚜라미 방울벌레 소리는
스카프처럼 감기어 빈방을 휘젓는다
지독한 그리움
멍이 될 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마주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인연이랑 이렇게 따뜻하고 슬프면서 질기다
여름이 비켜나는 초가을
빨간 백일홍 꽃보다 더 붉은 연정은
교단과의 긴 휴식이란 말에
콩대 타는 소리내며 눈물을 떨군다
사십 여 년의 긴 물결
마산을 거쳐 하동을 돌아
시집살이 보다 더 쓴 인동초 같은 지난 날은
기억속의 사진첩이 되고
이제
그 여정의 흔적은
듬성듬성한 하얀 머리카락에 세월의 꽃을 피우고
그립게 그립게 번져만 간다
돌이켜 볼까?
세월의 징검다리 되돌아 밟아 가면
젊음의 열정
고향 마당 고루고루 뿌린 가르침의 씨앗들
그 열매들은 오늘의 고향과 나라를 만들게 하였지
시간, 이별
그 누가 만든 율법인지 모르지
영원한 해후를 바라며
상사화의 모진 사연
파란 조각 바람에 날리며
언제나 포옹하고 싶어라
보름달 보다 환한 얼굴
아플 때나 힘들 때나
미소 띈 얼굴
엄마 손은 약손이란 말처럼
더 귀한 처방으로 어루만져 주셨지
배려와 나눔에 아낌이 없으신 분
탁배기 한잔에
콧노래 흥얼거리며
밀짚모자 눌러선 시골 할아버지 영상들
가슴을 열어 모두를 보듬고
영원한 웃음을 선물로 주셨지
언제였던가?
월급 세 번 남았다는 중얼거림
참 가슴을 아프게 했지
그래도 사실이 아니라며
비내리는 칠월
순천, 고흥, 지리산 둘레길을 돌아
함양상림 연잎에 그리움을 심었지
조그만 욕심
같은 하늘 아래 호흡하는 것만으로
마냥 좋았었지
그런 좋은 일들
소멸되지 않는 바이러스가 되어
동영상으로 돌아간다
사랑해
가장 어려운 말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말
오늘 이 자리
단추만한 구멍을 뚫어서
사랑이란 감미로운 바람을
베풂이란 덕을 꿰어 주신 가르침
언제나
사랑과 배움이란 방안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겠습니다
누가 만들었을까?
이 지독한 그리움
저기 맴을 도는
빨간 고추잠자리에 실어
파란 가을 하늘 물들이고 싶다
언제나 함께 하는 비행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