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남해여행을 떠났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경남 남해군 금산과 응봉산 등반이다. 우리나라에서 5번째 크기의 섬인데 섬이름이 도(島)로 끊나지 않는다. 역사 기록으로도 남해군, 남해현, 해양현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하는 추억만들기다. 05:30 기상하여 식사를 마치고 배낭을 걸머진다. 어제 배낭 속에 귤, 찐고구마, 빵 등을 챙겨넣는 아내를 보니 마치 여행 마니아 같아 보인다. 사전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보다 여행의 여유를 즐기는 아내다.
수원역(07:05)에서 순천행 무궁화를 타고 순천역 도착(11:30), 돌솥비빔밭으로 점심 먹고 순천터미널에서 남해행 버스(13:00)에 몸을 싣는다. 남해 터미널에서 상주행 버스(14:20)를 타고 금산탐방지원센터에 도착(15:20)하여 산행 시작이다.
신분이 교육자인 것은 숨길 수 없나 보다. 오른쪽 금산자연관찰로로 접어든 것이 엉뚱한 길로 가게 되었다. 정상 등산로인 쌍홍문, 제석봉, 흔들바위 쪽으로 가야 하는데 방향을 오른쪽으로 잘못 잡은 것이다. 숲속 소로를 헤매며 땀을 뻘뻘 흘리며 산비탈을 오르다 능선 대로를 만났다. 이 높은 곳에 자동차길이라니 황당하기만 하다.
좌회전하여 금산 정상(705m)에 올랐다(17:00). 길을 헤매다 보니 시각이 너무 늦었다. 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상주 은모래해변. 저 곳에서 1박을 해야 하나 마음이 급하다. 헬기장을 거쳐 상사 바위를 바라다 보고 글자 모양 화(華)를 닮았다는 화엄봉을 지난다. 보리암에 들르니 기도하는 여행객이 많이 보인다. 남해 12경 중 제1경이 바로 금산과 보리암이다.
북곡제2주차장에 이르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하산이다. 숲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비탈 대로 3.2km 밤길을 손잡고 거닌다. 경사가 심해 무릎에 무리가 온다. 이 길은 차량으로 다녀야지 도보길이 아니다. 한참을 가도 인가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북곡제1주차장에서 택시를 불러 남해읍으로 향한다. 저녁은 이 지역 겨울 대표음식 물메기국 맛을 보았다. 뜨거운 국이 시원하기만 하다.
이튿날, 남해 터미널에서 항촌행 버스를 탔다(07:45). 선구에서 하차(08:30)하여 바래길을 걷는다. 오른쪽 바다를 보면서 걷는데 길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이다. 초행길, 숲을 헤치고 정상을 향해 오른다. 이럴 때 산악회 리본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칼바위 능선을 거쳐 정상을 향해 가는데 왼쪽 아래는 절벽이다. 오른쪽과 뒷편은 바다가 배경이다. 응봉산에 이르는 동안 등산객을 보지 못하였다. 우리 부부가 전부다. 응봉산(472m) 정상에 오르니 11:30. 가천마을에서 출발한 등산객 5명이 있다. 생막걸리를 파는 사람도 보인다. 산 아래를 보니 다랭이 마을이 보인다.
지금부터는 하산이다. 13:00 다랭이 마을에 도착하니 관광버스, 승용차들이 줄 서 있다. 이 마을이 유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선조들이 농토를 한 뼘이라도 더 넓히려고 산비탈을 깎아 석축을 세우고 계단식 논을 일구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 논에는 마늘이 자라고 있다. 계단식 논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최고의 예술품이 되었다.
이 마을은 농촌진흥청에서 선정한 농촌전통 테마마을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서일까? 아름다운 민박집이 20여호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앏은 철제로 된 지붕에는 꽃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색이다. 민박 하루에 5만원이라 하는데 성수기에는 7만원이라고 관계 공무원이 알려준다.
남해 6경인 암수바위를 보았다. 도 민속자료 13호인데 숫바위는 남자 성기 모양을, 암바위는 임신한 여인의 형상이다. 이어 바다가 보이는 시골할매 음식점에서 해물된장찌게로 점심을 먹었다. 주위에는 유자잎 막걸리를 파전을 안주 삼아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래길 1코스를 거닌다. 농사를 지을 때 지게를 지고 다녔다는 지겟길이다. 봄을 알려주는 유채꽃이 피었다. 노랑나비도 보았다. 지금 이 곳은 더 이상 겨울이 아니다. 구름다리를 건너 바닷물을 보니 투명하기만 하다. 남해 여행의 특징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을 입구 관광안내소 앞 아낙네 10여명이 자체 생산한 농산물을 팔고 있다. 아내가 산 냉이 2천원, 시금치 3천원 어치가 생각보다 양이 많다. 반찬으로 먹으면서 남해 풍광을 그리게 될 것이다.
1박2일 남해 여행, 길을 헤매다가 비탈길을 오르는 등산으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다. 그러나 소득도 있다. 오십견이 씻은 듯이 나았다. 오른팔, 왼팔을 휘두르니 가볍기만 하다. 그러나 첫날 등산로 이탈로 제대로 보지 못한 쌍홍문, 제석봉, 흔들바위 등은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서수원 남해간 버스가 하루 3회 운행되고 있고 소요시간도 4시간 10분이다. 이번 여행, 출발 전 인터넷 검색으로 등산코스 검색이 필수라는 교훈도 얻었다. 그래야 제대로된 여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