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교대 80세 동문들에게 명예졸업증서 수여
2012년 2월 15일 14:00 경인교대 경기캠퍼스 강당. 제47회 졸업식이 열리고 있다. 공식명칭은 2011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 졸업생 388명, 교직원, 재학생, 학부모 1천여명 등 입추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식장 앞자리, 나이 지긋한 분 20명이 오늘의 주인공인 졸업생들과 함께 앉아 있다. 연세로 보니 교수보다 더 많아 보인다. 누구일까? 혹시 늦깎이 대학생? 아니다. 바로 6.25 전쟁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 졸업장을 받지 못한 분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1932년, 1933년생이니 80대 초반이다.
경인교대(총장 정동권)는 총동문회 산하 원로동우회(회장 이장하)의 건의를 받아 들여 이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이들 22명을 경인교대의 한 가족으로 품어 안은 것이다. 현재 경인교대의 뿌리는 인천교대(1962년), 인천사범(1952년), 개성사범(1946년)이다.
위 사람은 개성사범학교 재학 중 6.25 전쟁으로 학업이 중단되었으나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해 왔으며 우리 대학의 명예를 높이는데 공로가 지대하였기에 그 공적를 인정하여 경인교육대학교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합니다. 명예졸업증서 문구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졸업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동기생은 이제 10여명만 남았어요"(83. 최계환, 개성사범 본과1회. 전 KBS 아나운서 실장)
"졸업장을 받으니 이제 여한이 없네요"(81. 김경애, 개성사범 3회),
"이 졸업장을 부모님 사진 앞에 올리고 감사 기도를 드리겠어요"(80 김월매, 개성사범 3회)
명예학사 학위를 받은 이들의 소감이다. 정동권 총장이 단상에서 명예졸업증서를 한 분 한 분께 정중히 전하니 졸업식장은 박수의 물결이 넘친다. 고찬국(80, 개성사범 4회)씨는 축하객으로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손자 등 6명의 축하세례를 받았다.
정 총장은 식사에서 "이 명예졸업장이 그 동안 겪으신 애달픔과 망향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모교로서 큰 영광"이라며 "늘 건강하시고 좋은 활동 많이 하시어 통일을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하였다.
민족의 아픔 6.25 전쟁으로 이들은 어떤 아픔이 있었을까? 김사인(80. 개성사범 5회)씨의 경우를 추적해 본다. 그는 개성 인근 봉동면에서 기차로 통학 개성사범병설중학교 3년을 마치고 사범 본과 1학년 2개월 다니다가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 국민방위군에 들어간다. 이후 해병대 소집 영장을 받아 사범학교에 복교하지 못하고 군 생활을 18년간 하였다.
상사로 전역한 후에는 중학교 졸업 학력으로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없었고 공공기관에 선발되지 못하여 운수사업에 종사하였다. 대인관계 면에서는 자존감이 낮아 사회생활에 자신감이 부족하였다고 실토하고 있다.
그의 명예졸업장 수상 소감을 들어본다. "그 동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방황하며 살았는데 우리를 보호해주는 모교라는 울타리가 생겨 무척 기쁘고 따뜻한 어머니 품에 안긴 기분입니다. 졸업장을 받으니 모교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자긍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미력하지만 모교 발전에 기여하겠으며 원로동문회에 적극 참여하고자 합니다. 동창들과 자주 만나 개성사범의 추억을 나누며 건강을 위한 취미생활과 여행을 하며 여생을 보내겠습니다.”
문득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의 인간의 욕구 5단계가 생각난다. 생리적 욕구, 안정과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인정ㆍ자존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바로 그것. 오늘 명예졸업장을 받으신 분들은 소속의 욕구인 3단계를 성취하였다. 이것을 바탕으로 5단계까지 나아갈 것을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