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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풍선 디카

리포터에게 필수인 디지털 카메라가 고장이 났다. 어떻게 할까? 수리가 불가할 경우 새로 구입한다. 가격도 저렴하니 성능 좋은 신제품을 차제에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먼저 쓰던 것은 버려야 한다. 

리포터 활동 첫해인 2004년부터 사용하던 니콘 쿨픽스 7600. 8년 여 사용하다 보니 그 동안 정도 많이 들었다. 손에 익숙하다. 그런데 2006년 교감 시절 허리에 차고 다니다가 실수로 몇 번 땅에 떨어뜨린 것이 원인이 되어 이제 고장이 났다. 건전지 넣는 곳이 벌어졌고 줌 기능이 안 된다.

대개 집집마다 디카는 여럿 있다. 가족 수대로 있는 집도 많다. 우리집에도 아내가 사용하던 디카가 두 개나 있다. 그런데 낯설다. 성능은 둘째고 디자인도 맘에 안 든다. 그러다 보니 정이 든 내 디카를 계속 사용한다.




줌 기능 대신 몸을 움직여 가까이 가거나 멀리 떨어진다. 이럴 경우, 줌보다는 사진이 선명하다. 건전지 넣는 밑부분이 점차 벌어져 보기 흉하다. 때로는 건전지 접속이 잘 안 되어 파워 공급이 끊긴다. 이제 디카와 이별해야 하나 보다.

그런데 정(情)이 무엇인지? 버리기 아까워 하다보니 반짝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벌어진 곳을 조여주는 방법은? 스테인레스 클램프로 조여본다. 재질이 쇠와 플라스틱이라 미끄러진다. 마찰 저항을 높여야 한다. 고무가 필요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풍선 두 개. 실풍선은 쇠막대에 끼우고 둥근 풍선은 밑받침에 끼웠다.(사진 참조)

너트를 조이니 번듯하게 조여진다.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성공이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디카가 탄생했다. 셔터 오른쪽에 분홍색 기둥을 세우고 밑부분엔 흰풍선이 매달려 있다.보기엔 좀 그렇지만 성능엔 아무 지장이 없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한다. 고장 나면 버리고 싫증나면 버리고 새로 사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한다. 고쳐서 다시 쓰려고 한다. 버리는 것이 아깝다. 수선, 수리를 해서 사용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

1955년생부터 1963년생이 베이붐 세대다. 전후(戰後) 어렵던 어린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풍요의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다. 아니다.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부족함을 모르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궁상떨기로 비추어질지 모르겠지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풍선 디카를 보며 생각한다. 무생물에도 이렇게 정을 줄 수 있는 것이구나! 도대체 정(情)이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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