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원시민의 휴식처 광교산을 오랜만에 찾았다. 그 동안 시간 여유를 내지 못해. 게을러서, 집 가까이 있는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칠보산을 주로 찾았었다. 10:00 집 출발, 구운공원을 지나 구운중학교에서 13번 시내버스 승차. 따뜻한 봄 햇살에 졸음이 쏟아진다.
광교산 버스 종점에서 창성사 옆길을 따라 올라간다. 아내에게 묻는다. "여보, 저 절 이름이 법성사(法性寺)였지?" 그 만치 우리가 광교산을 찾은 지 오래된 것이다. 길 왼쪽 밭을 보니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아마도 부지런한 직업 중의 하나가 농부 아닐까?
첫번째 맞이 해 주는 것은 길 옆 물웅덩이. 해마다 이 곳 이 맘 때 개구리 알은 올해도 있을까? 있다. 개구리알은 물론 까만색의 작은 올챙이도 보이고 그 옆에는 도룡뇽알도 있다. 이 곳은 개구리와 도룡뇽의 귀중한 산란처다.
계곡 옆길을 따라 오르니 노란색의 꽃이 우릴 반겨준다. 생강나무다. 얼핏 보기에는 산수유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꽃 모양이 다르다. 봄을 알려주는 꽃이다. 보랏빛의 현호색도 보인다. 지금 우리가 오르는 이 코스는 족도리풀 코스다. 고구마순 비슷하게 생긴 잎에 엎드려야만 볼 수 있는 자줏빛 족도리풀, 너무 일찍 왔는지 아직 볼 수 없다. 4월 하순 경에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대신 나무껍질에 붙은 매미껍질을 보았다. 지난 여름 매미가 이 속에서 빠져나와 여름을 노래했을 것이다. 껍질을 자세히 보니 유난히 눈 부분이 반짝인다. 여름의 흔적이다. 아직 꽃이 피기 전인 철쭉 터널을 지나 억새밭에 올랐다. 송신탑을 지나 노루목으로 향한다.
이제 하산이다. 노루목에서 하산하기는 오랜만이다. 비탈이 심해서인지 오르는 사람들의 숨 가빠하는 모습,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곳은 사람들의 통행이 많아서 그런지 계단이 많고 길이 넓다. 아기자기한 맛이 부족하다. 아내가 노오란꽃 하나를 가리킨다. 괴불주머니다. 그 옆을 보니 보랏빛의 제비꽃도 보인다.
다시 버스 종점에 오니 2시다. 음식점에 들려 점심은 해물파전으로 하고 공기밥에 총각김치를 먹는데 한 겨우내 익은 상큼한 맛이 일미다. 식후 졸음이 쏟아진다. 봄이 왔다는 것, 자연 속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생체리듬은 속일 수 없다.
오늘 산행은 계곡의 물소리와 개구리알, 현호색, 생강나무, 괴불주머니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족도리풀과 철쭉 터널의 장관, 진달래꽃 등은 이 달 하순에나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족도리풀이 기다려진다. 사람들 손이 타지 않았으면 올해도 변함없이 우릴 반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