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나눗셈을 배운 날의 혼돈을, 전학 첫 날 모르는 얼굴로 가득 찬 교실의 무서움을, 선생님의 다정한 위로에 터져 버린 눈물을 기억하시나요.
루브르 박물관, 청각장애자의 사회생활 등을 카메라로 기록해온 니콜라 필리베르 감독의 '마지막 수업'(원제 etre et avoir·동숭아트센터 하이퍼텍 나다 15일까지)은 바로 이런 기억을 상기시키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세상을 날것으로 드러내는 다큐라는 장르는, 때로 보이지 않던 세계를 세상에 드러내기도 합니다. 영화 '마지막 수업'이 바로 그렇습니다.
필리베르 감독이 300곳 이상의 학교를 섭외 해 찾아낸 곳은, 세 살에서 열 한 살까지 나이도 인종도 다양한 열 명 남짓 아이들이 한데 모여 공부하는, 프랑스 중부의 오지 오베르뉴 마을의 셍테티엔느 쉬르 우송 학교입니다. 덧셈부터 체육까지 전 과목을 가르치는 단 한 명의 선생님은 퇴임을 1년 반 앞둔 55세의 조르주 로페즈 교사. 경력 35년의 로페즈 선생님은 20년간 재직해온 이 학교에서, 지난 몇 십 년과 똑같이 마지막 학기를 진행합니다.
그는 네 살 박이 아이가 약속한 색칠공부를 다 마치지 못하자 운동장에 나가 놀지 못하게 막을 만큼 엄격한 구식교사입니다. 그러나 중구난방인 아이들을 끈기 있게 하나하나 붙잡고 세상의 규칙을 알려주는 그의 모습에서, 자폐 증세로 특수학교로 가는 나탈리를 가슴 안에 꼭 끌어안아 주는
로페즈 선생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선생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104분 길이의 '마지막 수업' 에는 인생과 사회의 축소판이 들어있습니다. 그곳에는 글자 하나를 제대로 써냈을 때 누리는 작은 행복과, 생각처럼 안 될 때 부딪치는 성장의 고통이 녹아있습니다. 백 다음에 천 까지도 셀 수 있다고 큰소리 치지만 계속 단위가 올라가자 못들은 척 고개를 도려버리는 조조, 호시탐탐 다른 친구의 발표를 방해하는 끼어 들기 공주 마리, 산수숙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예비 중학생 줄리앙의 가족들….
'마지막 수업'은 교육제도 혁신을 소리내어 부르짖지 않습니다. 대신 필리베르의 카메라는 인간에게 가능한 한 가까이 접근해 잊혀진 감정을 깨웁니다. 엄격하고 딱딱해 보이지만 아이들을 향한 공평한 배려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로페즈 선생님을 통해 그는, 사람들과 어울려 '존재'(etre, be)하고 '소유'(avoir, have)하는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야말로 '참교육'임을 10주간의 촬영을 통해 보여줍니다.
"좀더 모던한 교사가 좋지 않을까요"라고 촬영을 사양하던 로페즈 선생님은 영화 속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가르치는 것을 정말로 좋아합니다"라고. 그리고 '마지막 수업'을 마친 그는 아이들을 떠나보내며 눈물을 보입니다. 그의 젖은 눈이 우리의 가슴에 거부감 없이 촉촉이 스며드는 것은 그가 '실존'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곁에는 아직도, 이렇게, '좋은 선생님'이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