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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30)

오늘 아침도 기숙사의 커텐을 열었다. 활짝 핀 연산홍의 아름다운 꽃은 온데 간데 없었다.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래도 희망은 보였다. 푸른 잎이 보였다. 내년을 기약하며 사라진 꽃이 아쉬웠다. 실망하지 않고 낙심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였다.

오늘 아침에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봉직하시다가 명예퇴직을 하신 선생님의 시를 접했다. 정말 아름다운 시였다. 감동을 주는 편지였다. “묵상은 내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것/ 오늘은 무슨 나무를 심을까요? 어떤 돌을 들여놓을까요?/ 용서라는 나무 한 그루 희망이라는 돌 하나 사랑이라는 나무 한 그루 인내라는 돌 하나…”

“아직 볼품없는 몇 그루 안 되는 정원이지만 무성한 숲이 되어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고 풍성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그런 마음의 정원을 그려보며 가꾸어 가렵니다.”

우리 선생님들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기다림이 있다. 인내가 있다. 목표가 있고 꿈이 있다. 소망이 있다. 사랑이 있다. 믿음이 있다. 우리 선생님들은 지금도 내 마음의 정원을 가꾸고 있다. 내 마음의 허전한 정원의 빈 자리에 희망을 심는다. 꿈을 심는다. 사랑을 심는다. 의(義)를 심는다. 인내의 돌을 갖다 놓는다. 용서의 돌을 갖다 놓는다.

용서할 수 없는 학생이 있어도 용서해 주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한계에 이르러서도 인내의 돌을 내 마음의 정원에 갖다 놓는다. 맹자처럼 사랑을 심고 의를 심는다. 덕을 베푼다. 어느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자기의 신념이 변치 않는다. 확신에 가득 차 있다. 이러한 것들이 세월이 지나면 빛을 발휘하게 된다.

교권이 땅에 떨어져도 낙심하지 않는다.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도 참고 또 참는다. 이렇게 하는 분이 바로 우리 선생님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오직 학생들만 바라보고 묵묵히 참는다. 성실히 교육한다. 사랑으로 가르친다. 진실되게 바른 삶을 살게 한다.

오늘 최선을 다하고서 큰 보람을 얻지 못해도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내일도, 모레도 최선을 다한다. 뒤로 돌아보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다. 앞만 바라보며 나아간다. 쉬지 않는다. 지치지 않는다. 우리 선생님들에게는 꿈이 있기에 그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꿈이 있는 거북이처럼. 꿈이 있는 거북이는 반드시 이룬다. 그리고는 만족을 느낀다. 행복해한다.

흔들면 흔들수록 더욱 굳세어진다.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침륜에 빠지지 않는다. 반석 위에 굳게 선다. 용맹이 더해진다.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더욱 보석같이 빛난다. 태양은 안다. 달과 별도 안다. 나무들도 안다. 산들도 안다. 모든 자연이 안다. ‘선생님은 정말 장하구나! 정말 믿음직스럽구나! 정말 대견하구나!’ 이렇게 말없는 자만이 인정을 해준다.

말이 많은 사람,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선생님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으나 말이 없는 자연은 너무 아름답게 느끼며 반응하며 호응한다. ‘선생님이 없으면 이 나라의 장래가 어둡다. 선생님이 없으면 이 나라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선생님이 없으면 희망이 없다...’ 이렇게 말하는 이는 오직 말이 없는 이들 곧 자연이 그렇게 칭송한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내일이 있다. 낙심할 필요 없다. 좌절할 필요 없다. 인내의 돌을 내 마음의 정원에 갖다 놓고 사랑의 나무, 의의 나무를 심고 희망의 나무를 심어 정원을 정원답게 꾸며 나가면 된다. 그러면 마음이 더욱 아름답고 싱싱해지고 풍성해진다.

선생님들은 보람을 먹고 산다. 훌륭한 제자들을 남기며 산다. 언제나 소득 있는 일을 한다. 생산적인 일을 한다. 유익한 일을 한다. 힘을 내며 용기를 내자. 아직 몇 그루 몇 개 안 되는 볼품없는 마음의 정원이지만 새들이 깃들고 노래하며 행복을 심어주는 그런 정원을 꿈꾸며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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