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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세계경제뿐 아니라 국내경기가 그야말로 바닥을 치는데도 우리나라의 사교육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특히 사교육의 중심지인 강남, 목동을 비롯한 학원 밀집 지역을 주변 상권은 물론 아파트 가격까지 부추길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
 
최근 김희삼 KDI 연구위원이 '영어교육 투자의 형평성과 효율성' 보고서에서 "소득계층별 영어 사교육비에 큰 차이가 나고, 소득이 비슷해도 지역에 따라 영어 노출 정도가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영어 사교육 참여율은 월 소득 100만원 이하 가구에서는 20%에 머물렀지만, 500만원 이상 가구에서는 70%에 다다라 4배나 차이가 났다. 지역별 편차를 보면 강남 아이 10명 중 5명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영어 사교육을 시작했고, 초등학생의 약 90%는 늦어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영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非) 강남 아이 가운데 취학 전 영어 사교육을 받은 경우는 14%에 불과했고, 영어 사교육을 받은 경우에도 강남 아이들에 비해 시작 시기가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사교육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육의 혜택이 부모의 소득격차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2011년 통계청이 밝힌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다. 1인당 사교육 지출비 24만원, 사교육비 지출이 전국보다 높은 곳이 서울, 경기, 대구로 나타났다. 주로 대도시 중심의 학원 접근성이 높은 지역이 높은 지출액인 것이다. 문제는 저소득층의 자녀들이다. 부모의 소득 때문에 보다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없고 이를 대물림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질 높은 교육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학교 공부를 보안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의미 있는 교육이다.

사실 사교육이 이렇게 번창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선행학습의 효과일 것이다. 선행학습이란 교육학적 용어에 없는 용어로 학교 수업시간보다 먼저 진도를 나가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조기진도 학습으로 소수의 학생들에게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학생들에게는 학습의욕을 떨어뜨리고 자칫하면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며 결국 학교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선행학습이 바로 공교육과 교실붕괴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요즘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선행학습은 학교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심지어는 상급학교의 교과서를 다루고 있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경우 중학교 1학년의 영어와 수학교과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장차 특목고나 명문대학을 가려면 미리 상급학교 교과서를 배워야 한다는 일부 학부모와 학원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의 목적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선행 학습을 위해서(59.9%), 학교수업 보충을 위해서 (52.3%), 입시를 앞두고 불안해서(33.1%)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을 보면 선행 학습이 당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교육이 이렇게 사교육에 휘말리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와 대학서열화, 교육과정 체계와 입시제도의 문제, 이를 이용한 사교육기관의 과장된 선행학습의 필요 전략이다. 먼저 현행 경쟁적인 입시체제에선 남보다 앞서야 학생이나 학부모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불안감과 강박관념이다.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뒤처진다는 상대적 불안 심리도 한 몫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시교육기관의 과장된 홍보 전략이다. 교육수요자인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공교육만으로는 학생 성적을 믿을 수 없고 뭔가 불안하다는 생각이며, 또한 학원 강사가 학교 교사보다 잘 가르친다는 맹신도 문제다. 이러한 생각들은 학원의 홍보 전략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 교육과정이나 암기식의 시험방법이 바뀌지 않는 한 선행학습이 학교시험에서 단기기억을 통해 보다 높은 점수를 얻을 확률이 높으므로 사교육 선호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교육전문가에 의하면 선진국의 경우, 정해진 학습활동에서 다른 학생보다 빨리 이해한 영재들은 관련 도서를 읽히거나 실험 활동 등의 심화학습을 하게 하는데 비하여 우리나라 학원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 물론 빨리 배워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학생의 학습발달이나 심신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교육이라 학생 건강에 무리라는 것이다.

일선학교 교사들에 의하면 선행학습을 받는 학생은 수업 시간에 이미 다 배웠으니까 흥미를 잃고 다른 책을 읽거나 장난을 치는 학생 또는 낮잠을 자는 등으로 정상적인 학교 수업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선행학습이 교육적 효과가 없고 학생들에게 학습 부담만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교육선진국들의 연구결과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한 예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OECD국가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가장 적은 시간을 자는 비효율적인 공부를 하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게 과도한 선행학습은 깊은 사고를 방해할 뿐 아니라 집중력을 떨어뜨리며, 학생 스스로 공부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행학습은 단순한 문제풀이식이나 암기식 학습이다. 수학에서 비교적 단순 연산 문제 또는 유형화된 문제풀이에는 어느 정도 효과적일 수 있으나, 수능이나 표준화된 시험에서는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빠른 선행학습과 단순한 문제풀이식 선행학습으로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흥미도가 저하되고 있으며, 호기심 및 창의성을 사장시키고 있는 등 비효율적인 학습인 것이다.

선행학습형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는 첫째, 입시제도 개선을 위한 현행 교육과정의 운영 및 평가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국·영·수 중심의 학습에서 벗어나 전체 교과의 문제로 접근하여 문제에 대한 정확한 현실 진단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과정 운영에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각종 대회 및 인증제를 폐지하고, 지필평가에서 수행평가로 전환과 정기적인 평가를 수시평가로 전환해야 하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체험활동이나 봉사활동의 스펙 점수를 입시 반영에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자기주도적인 학습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 계획하고 혼자서 공부하고 실력을 다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즉,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학생의 학습능력은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공부방법도 교사로부터 일방적으로 ‘듣는 학습’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 공부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학생 자기만의 공부 전략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계획-실행-평가’를 통해 자기의 공부 방법이나 습관을 평가하고 수정하여 최적의 학습방법을 선택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부 전략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르므로 교사나 부모가 선택해 줄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습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습관화를 통해 학원의존도를 점차적으로 최소화하여 자신과의 싸워 인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모나 학습코치의 도움을 받는다면 보다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자신의 시간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이런 시간들을 얼마나 잘 계획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습의 결과가 다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자신에 맞는 학습방법으로 어떻게 인내하느냐가 관건이다.

다섯째, 학교공부에 대한 예습과 복습을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선행학습보다는 예습과 복습이 다음 학습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선행학습으로 학생들을 지치게 하고 공부에 흥미를 잃게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학습과제에 성취감을 맛보고 호기심을 자극하여 스스로 찾아 공부할 수 있는 학습태도가 사교육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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