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개최된 제16회 세계연극잔치인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지난 8월 26일부터 7개국 26개팀, 시민공동체 연극 13편 등 공연이 펼쳐져 시민들에게 연극의 진수를 보여주고 9월 2일 폐막공연을 끝으로 성대히 끝났다.
'2012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메인무대인 화성행궁 광장을 비롯, 수원지역 7곳의 무대(화성행궁 광장, 화홍문, 장안공원, 수원천‧남수문, 수원제2야외음악당, 수원청소년문화센터, KBS수원아트홀)에서 많은 시민들의 호응 속에 열렸다.
110만 수원시민, 몇 편의 연극을 관람했을까? 아무리 좋은 축제를 해도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면 실패작으로 끝나고 만다. 축제 성공은 프로그램 기획 못지 않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중학교 교장이면서 e수원뉴스 시민기자인 필자 참여도는?
토요일 오후 4시, 우리 학구에서 열리는 시민공동체 연극 '밤골 이야기'를 보았다. 율천동문화센터에 모인 100여명의 관객들, 눈에 익은 사람들이 배우로 출연하니 시선이 집중된다. 동장, 시의원, 주민들이 출연하여 그 동안 동사무소에서 민원인들과 얽혔던 에피소드를 풀어 놓는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마지막 율천스타일 댄스를 선보이니 객석은 웃음도가니가 된다.
저녁 7시, 수원천 거리무대에서 열리는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보았다. 도시의 어느 빌라, 시골에서 올라온 노인부부가 삭막한 이웃에게 악전고투를 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따듯한 정을 베풀면서 다정한 이웃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단절된 이웃이 아니라 이웃사촌으로서 서로 생각해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풋풋하게 보여 준다.
일요일 저녁 6시, 실내극 '아버지'를 보았다. 국민배우 이순재가 주연으로 나오는데 세일즈맨으로서 한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가 결국엔 교통사고로 자살하는 장면에선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란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각성의 시간이 되었다.
8시 화성행궁. 프랑스 작품인 '진주'의 폐막공연. 일종의 거리극인데 각종 바닷속 생물들이 열기구가 되어 밤하늘을 배경으로 유영하는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연극의 새로운 장르를 본 것이다. 헤엄치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고향이 수원인 필자. 누구보다 고향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부족함이 많다. 직장생활이 바쁘다고 핑계를 대지만 16회에 이르는 동안 그냥 대강 스치고 지나갔다. '으흠 올해도 국제연극제가 열리고 있군!'하는 정도였다. 동참하면 문화시민으로서 품격도 올라갈 터인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이다.
지역행사에 동참하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수원북중학교 시절, 화홍문화제 백일장에 참가하여 시(詩)가 무엇인지, 수필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필자는 국어 공부를 좋아하여 교지에 글도 실리고 하여 결국엔 국어교사가 되었다. 지역행사에 동참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행사에 동참하는 시민이 아름답다! 그러면 시민으로서 품격도 높아지고 시정에 관심도 늘어나고 애향심도 커진다. 문화체험한 것들이 쌓여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10여년 전인가? 연무대에서 밤하늘에 울려퍼진 모짜르트의 트럼펫 협주곡은 성곽과 어을려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그 멜로디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문화란 우리 생활속에 젖어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