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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92)

산바 태풍이 지나간 지 며칠이 되어도 산바는 계속 맴돈다. 바람이 너무 거칠었기 때문이다. 사정없이 나무를 흔들고 건물을 흔들고 모든 것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학교 뒷산을 오르니 흔들렸던 나무들은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에서 산소를 내품고 있었다. 바람을 이긴 작은 새들은 날 보란 듯이 여기저기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풀벌레소리도 더욱 힘찬 소리로 가을을 알리고 있었다.

‘포플러’라는 시를 접한 적이 있다. “키장다리 포플러를/바람이/자꾸만 흔들었습니다./포플러는/커다란 싸리비가 되어/하늘을 쓱쓱 쓸었습니다./구름은 저만치 밀려가고/해님이 웃으며/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바람이 포플러를 자꾸 흔들어대니 포플러는 커다란 싸리비가 되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싸리비밖에 없다. 자기의 힘으로 쓸기가 어려우니 바람을 이용해서 하늘을 쓱쓱 쓴다. 정말 포플러는 지혜롭다. 우리 학생들도 포플러와 같은 지혜로운 학생이 되면 좋겠다.

선생님이 바람이 되어 날마다 불어와도 조금도 화내지 않고 짜증내지 않고 바람을 이용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서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어 간다. 선생님은 고마운 바람이다. 때로는 미풍일 때도 있지만 태풍일 때도 있다. 그 때는 감당이 어렵다. 그래도 참는다. 힘을 잃지 않는다. 잘 단련된 학생일수록 잘 이겨낸다. 기초가 튼튼한 학생일수록 잘 견딘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 선생님들은 바람의 역할을 잘 한다. 때로는 미풍, 때로는 약풍, 때로는 강풍, 때로는 태풍, 때로는 폭풍이 된다. 그 바람에 따라 학생들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시켜나가게 된다.

우리 선생님은 포플러와 같다. 포플러가 커다란 싸리비가 되어 하늘을 쓱쓱 쓸었다. 아무리 힘들게 하고 여건이 좋지 않아도 그것을 원망하지 않고 그것을 잘 뛰어 넘어 그것으로 선용하게 된다. 포플러가 커다란 싸리비가 되어 하늘을 쓱쓱 쓸듯이 우리 선생님은 커다란 싸리비가 되어 더러운 먼지를 다 쓴다. 해도 감탄을 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싸리비가 된다. 우리 선생님들은 매일 땅도 쓸고 학교 구석구석을 쓴다. 먼지를 쓸고 더러운 쓰레기를 쓴다. 학생들과 함께 쓴다. 그러면 모두가 감탄하다. 자연도 감탄하고 함께 하는 모두가 감탄하다.

학교 안팎은 매일 청소하지 않으면 먼지로 가득 찬다. 거미가 줄을 친다. 쓰레기가 여기저기 나뒹군다. 선생님이 싸리비가 되어 먼지를 제거하고 거미줄을 제거하고 쓰레기를 치우니 학교가 깨끗해진다. 해님이 웃듯이 학생들도 웃고 선생님도 웃는다. 모두가 웃는다. 쾌적한 환경이 된다.

우리 선생님은 싸리비와 같다. 선생님은 자꾸만 쓸어낸다. 필요 없는 것 쓸어내고 정리한다. 그 자리에 필요한 것 채운다. 필요 없는 것이 너무나 많다. 보이는 것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많다. 미워하는 것 쓸어내고 탐내는 것 쓸어내고 시기하는 것 쓸어낸다. 이것들이 남을 힘들게 하고 남을 괴롭히고 남을 손해 보게 한다. 이렇게 하면 10년의 편안함도 없음을 알고 자꾸만 쓸어낸다.

그러면서 정리되고 정돈된 마음속에 부족한 것 보충하도록 한다. 악을 행하는 것 쓸어내고 그 자리에 선을 쌓는 것 보충하게 한다. 미움을 쓸어내고 사랑을 보충하게 한다. 거짓을 쓸어내고 진심을 보충하도록 한다. 평범하고 변변하지 못한 사람에서 벗어나게 해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사람으로 되게 한다.

명심보감 성심편에 왕량은 “그 임금을 알려고 한다면 먼저 그 신하를 보고, 그 아비를 알려고 한다면 먼저 그 자식을 보라” 하였다. 우리 선생님을 알려고 한다면 우리 학생들을 보면 된다. 학생들이 사랑의 사람, 성실한 사람이 됨은 모두 우리 선생님 영향이다. 좋은 학생, 장래가 엿보이는 학생들이 되어감은 모두 선생님의 도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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