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호수 대청호! 대전과 청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 식수, 생활용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젖줄이자 동식물의 안식처인 생태관광지이다.
날씨 좋은 가을날, 두둥실 떠있는 흰 구름과 벗하며 호수 주변을 걸어봐라. 계족산성, 마산동산성, 견두산성, 질현성, 고봉산성, 노고산성, 성치산성, 백골산성 등 크고 작은 산성들을 많이 만난다. 시간을 되돌려 역사여행을 떠나보자. 백제를 번영시킨 동성왕(東城王)이 성을 많이 쌓았다는 동쪽이 바로 이곳의 옛 금강줄기이다.
1,500여년이 흐른 지금 대청호의 물길은 다정하게 손을 잡은 채 평화롭다. 하지만 피골, 백골 등의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예전에는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치열한 전투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역사의 현장이다. 그래서 대청호 주변의 산성들은 쌓은 시기나 성의 주인만 다를 뿐 적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도록 물길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다.
그중 대전광역시 동구의 물가에서 만나는 노고산성, 성치산성, 마산동산성, 백골산성의 답사코스를 알아보자. 노고산성은 백제시대의 성곽으로 농촌체험마을인 직동 피골마을 뒤편에 있다. 답사의 들머리인 마을길을 걸으며 문패를 보면 성씨에 따라 변뜸(卞村), 강뜸(姜村), 오뜸(吳村), 양지마을로 나누어진다.
완만한 오솔길을 따라가면 생뚱맞게 큰 바윗돌들이 놓여있는데 보는 곳에 따라 모습이 다른 할미바위다. 이곳에서 피골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남문지와 성벽의 일부만 남아있는 노고산성(대전광역시기념물 제19호)이 대전동구문화원 문화유적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노고산성은 피골마을의 뒷산인 해발 250m의 산 정상에 위치한다. 성 둘레는 300m정도로 긴 타원형이고 산 정상부분을 테뫼식으로 축조하여 성의 내부 면적이 좁다. 성벽의 대부분이 허물어져 윤곽만 확인할 수 있는데 자연지형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남서쪽으로는 계족산성과 바로 연결되고 동쪽으로는 대청호와 옥천-문의간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성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면 보은의 삼년산성과 대립하는 계족산성의 전초기지로 감시와 방어 역할을 하며 대전과 청주지역의 군사적 요충지였다는 것이 확인된다. 전망이 좋은 곳에서 바라보면 금강의 물길이었던 대청호의 풍경이 아름답다.
성치산성(대전광역시기념물 제29호)은 노고산성 가까이에 있어 한 번에 돌아보기 좋은데 성의 크기가 아주 작고, 성벽마저 허물어져 돌들이 제자리를 못 찾은 채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성치산성에서 바라보는 대청호의 물결,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청남대와 문의 소재지가 평화롭다.
마산동산성(대전광역시기념물 제30호)은 미륵원지, 관동묘려와 같이 답사하면 좋다. 입구의 안내판이 세워진 곳에서 산성까지는 마을 풍경이 아름답고 먹을 게 지천이다. 은진 송씨 재실을 끼고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면 정상까지 길이 완만하고 거리도 가깝다.
길가의 안내판에 써있는 대로 마산동산성은 해발 220m의 산봉우리에 있는 테뫼식 석축산성이고, 위로 올라가며 성벽을 들여쌓았는데 둘레 200여m중 남벽 일부만 남아 있으며, 동북방향 성벽 안쪽의 높은 부분과 서남방향 성벽 모서리 부분의 돌무더기는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한 장대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한다.
마산동산성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호수 건너편에 백골산성(대전광역시기념물 제22호)이 있다. 김정선생 묘소에서 가까운 신절골 세챙이마을의 도로변에 있는 진고개 식당이 성을 오르는 들머리이다.
초입에서 산성과 태봉정 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어느 길을 선택하든 정상까지의 거리가 비슷하다. 오가는 사람들이 적은 산길을 쉬엄쉬엄 1㎞ 정도 걸으면 벽을 지탱했던 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백골산성 안내판이 맞이하는 정상 앞으로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데 키가 큰 잡목들이 가려 뒤꿈치를 들고 바라봐야한다.
〈이 산성은 해발 340m의 백골산 봉우리에 테뫼식으로 쌓은 석축산성이다. 성벽은 평평한 산봉우리의 가장자리를 따라 쌓았고, 성 둘레는 약 400m이다. 이 산성은 대전 계족산성과 옥천 관산성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대전동구 문화관광에 소개된 글처럼 백골산성은 지리적 여건이 좋은 군사적 요충지였다. 정상을 조금 벗어나면 전망 좋은 곳이 나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대청호 건너편으로 쌍청당 송유선생의 어머니를 모신 관동묘려가 가깝게 보인다.
산성을 향해 올라갈 때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지만 내려가는 길은 호수가 만든 새로운 풍경 때문에 발걸음이 느리다. 그 모습이 중년이 넘은 내리막길에서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는 인생살이를 닮았다.
백골산성에서 내려와 집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대청호의 석양빛이 무척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