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와 떨어져 외로움을 심하게 타던 '코식이'랑 2년여 동안 잠도 같이 잤습니다. 사랑으로 쓰다듬고 칭찬해줬더니 어느 날 말을 따라 하는 거예요. 맛있는 것 많이 주고 쓰다듬어주고 칭찬해주고 했더니 어느새 저 놈이 저를 받아줬습니다. 어느날 '코식이'가 자신의 긴 코를 입에 넣고 아기 옹알이하는 것과 소리를 내더군요. 몸에 전율을 느낄 만큼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옹알이를 반복하더니 2년쯤 지나자 마침내 '좋아'라는 말을 처음하게 됐습니다."
사랑과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 코끼리의 말문을 틔운 에버랜드동물원 김종갑(45) 사육사. 김씨가 보살피는 '코식이'는 인간의 언어, 그것도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전 세계 유일의 코끼리로 최근 '코식이'에 대한 연구논문이 세계 저명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온라인 판에 게재됐을 정도로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올해 22살인 '코식이'는 몸무게 5.5t의 아시아 코끼리로 사육사가 평소에 쓰는 "좋아, 안돼, 누워, 아직, 발, 앉아, 예" 등 총 7마디 단어를 따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김 사육사가 코끼리의 말문을 틔우기까지는 엄청난 사랑이 있었습니다. 지난 1993년 3살된 '코식이'가 에버랜드동물원에 입양돼 적응하지 못하자 2년여 동안 야전침대를 깔고 함께 잠을 자며 생활하며 아내로부터 "우리는 신혼이 없었다"라는 핀잔을 들을 만큼 지난 20여 년 동물들에게 지극 정성을 다했다는 것입니다.(연합뉴스 11.5일치 참고)
상처 치유는 사랑이 전부
코식이에 대한 보도를 보며 다시금 사랑의 위대한 힘과 가치에 감동했습니다. 그것은 기교가 아닌, 진심과 감동으로 어미을 잃은 코끼리를 끝없이 사랑해준 사육사의 정성이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사육사가 가장 많이 쓴 낱말이 '좋아'였다니 칭찬의 위력을 증명합니다. 다시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아울러 지금 내가 붙잡고 수행중인 '난독증 아동 구제'라는 주제도 결론은 사랑이라고 단언합니다. 학습장애를 가진 아동을 구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고 어버이나 선생님의 지극한 사랑에 있다는 결론을 얻게 한 사육사와 코식이에게 감사합니다.
헬렌 켈러 뒤에는 위대한 사랑을 보여준 설리번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은 곧 사랑임을 증명하는 역사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사랑을 많이 말하는 세상은 역설적으로 사랑이 메마른 세상이라고 합니다. 어디서나 일상적으로 넘쳐나는 사랑이라는 말의 가벼움이 그 증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제 사랑이라는 말의 진위를 따져야 할 세상이 슬픕니다. 난독증과 같은 학습장애로 학습부진을 겪는 아동은 마음의 상처로 너무 많이 다치고 아파하며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상처를 그대로 두고 기계적인 접근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아동과 친밀한 관계, 온전히 받아주는 사랑의 관계일 때, 학습장애도 시간이 걸리지만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 세상이 불안과 불신, 어두운 소식들로, 상처 받은 영혼들이 넘칩니다. 이해관계에 얽힌 조직들이 서로 헐뜯고 짓밟으며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소식들이 넘칩니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끔찍한 소식들이 난무합니다. 얼마나 더 썩어야 되는지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넘칩니다. 학습장애 아동의 심리치료를 위해 제가 위탁연수를 받고 있는 평생교육원 강좌에서 들어보면 언론에 노츨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고생하는 학습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노출된 사건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입니다.
국가가 배려해 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거의 학부모나 개인 수준에서 상담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사례를 듣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치료 상담과정 5개 강좌를 날마다 찾아가 강의를 듣고 있는데 학교나 사회에서 보던 사례는 극히 일부임을 알게 됩니다. 꼭꼭 숨어서 몰래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그 정도인데, 치료비가 없거나 몰라서 상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굉장히 위험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보내는 구조신호에 응답하는 체제가 매우 시급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일이 먼저
오늘은 수능을 보는 날입니다. 말 그대로 수학능력시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의 잣대는 한 사람의 일생을 재는 도구가 되어 재단하는 무서운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부인 것처럼 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인생의 후배들에게, 나의 제자들에게 세상은 수능을 통하지 않고도 통하지 못하고도 얼마든지 다른 길이 있음을, 한 번의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세상의 중심은 자기 자신이라는 마음의 기둥을 잡고 자신을 소중히 하기를 빕니다.
이 지구상에서 말하는 유일한 코끼리 코식이를 기른 김종갑 사육사는 가정형편으로 대학의 문을 두드릴 엄두도 못내고 사육사의 길에서 아름다운 인간승리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대학시험을 치르고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는 꿈을 꾸지 못하고 곡선으로 돌아서 교직에 몸담고 있습니다. 희망과 꿈을 놓지 않는 한,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길게 걷다 보면 느리지만 길 위에서 목적지가 보이는 때가 반드시 옵니다.
사랑 중에 가장 중요한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야 가족도 이웃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순간을 사랑합니다. 슬퍼했다가도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수치를 알기에 함부로 행동하지 못합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앞을 바라볼 용기를 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힘으로 스스로가 한 송이 꽃임을 알기에 된서리를 맞고도 찬란한 꽃을 피워냅니다. 소중한 수험생 여러분! 부디, 자신을 사랑합시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지친 그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를 충분히 많이 위로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코식이를 말하게 한 위대한 사랑이 그대에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