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버스 기사의 유머 3가지
얼마 전 제주도를 다녀왔다. 아름다운 교육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아름다운 교육 컨설팅 학교 경영자 연수'인데 프로그램이 학교경영에 크게 도움이 된다. 필자는 '혁신학교 지정 및 학교 경영 우수 사례'를 강의하기 위해 제주도를 방문한 것이다.
우리 학교는 올해 혁신학교 예비지정에 이어 본 지정 운영 중인데 학교 경영 우수 내용이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 있다. 그래서인지 인천, 강원, 울산 등지에서 학교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학교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 학교 혁신담당부장은 덩달아 바쁘다. 교장도 손님맞이에 바쁜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번에 강사도 뛰게 된 것이다. 주관측 요청사항이 혁신학교 지정 사례와 학교 운영 사례다. 그렇다고 필자가 혁신학교 홍보대사는 아니다. 다만 수업과 평가에서, 교원 업무경감에서 교육본질을 찾고 있는 우리 학교 운영 사례가 파급되어 타 학교에서도 여건에 따라 수용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강사로 참여하면서 연수 교장들과 함께 연수에도 참가, 초중고 선진학교도 방문하였다. 전교생 1인 1악기로 떠나는 아름다운 음악여행을 하는 재릉초교, 모교인 대정여고에 부임해 마지막 교직 열정을 불사르는 장경숙 교장, 전국 중학교 중 단 하나 뿐인 미래학교로 선정되어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을 전개하는 위미중학교.
상임대표와 사무국장이 안내를 맡지만 아무래도 그 지역 지리는 관광버스의 기사가 더 잘 안다. 기사 고향이 제주이면 더욱 좋다. 토박이면 누구보다 자기 고향에 대해 잘 알기 대문이다. 묵묵히 운전만 하던 버스기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재릉초교 도착 전이다.
"다음은 협제 해수욕장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제주도 해수욕장은 모래가 귀합니다. 그래서 모래를 외부에서 사 옵니다. 만약 제주도의 모래를 외부로 반출 시에는 관련 법에 의거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습니다. 해수욕장을 둘러보신 분들은 신발의 모래를 탁탁 털고 승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교장들의 폭소가 이어진다. 전반부의 긴장이 무참히 깨지고 반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기사의 유머 감각을 칭찬하고 싶다. 그냥 부탁사항으로 신발 털고 들어오라고 하면 잔소리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제주해수욕장의 특성을 이야기 하고 관련법을 들먹이면서 결론은 자기 청소하기에 편하게 도와달라는 것이다. 물론 교장들 기분 좋게 신발 탁탁 털었다.
또 있다. 제주 돌담 이야기. 제주에 돌담, 왜 이렇게 많은가? 밭담, 집담, 잠담, 원담, 올렛담 등. 돌담의 역할과 시작을 질문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돌담은 소나 말 등 가축의 접근을 막아 준다. 밭과 집의 경계도 된다. 그렇다고 돌담이 많은 이유가 설명이 안 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기사 왈, "멀리 갖고 가기 힘들어서 가까이에 돌담을 쌓았다." 교장들 당연한 말에 피식 웃고 만다.
다음은 똑똑한 제주 흑돼지 이야기. 제주는 워낙 척박한 자연 환경이라 사람 먹고 살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짐승들 먹이는 그 다음. 사람의 똥을 돼지가 먹은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명석한 똥돼지는 변소에 들어온 남녀를 구분하여 행동을 달리했다고. 뭔(?)가 달려 있으면 가까이 다가가고 그렇지 않으면 일단 뒤로 물러났다고 한다. 잘못하다간 원하지 않는 샤워(?)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유머 감각 넘치는 버스 기사를 보며 한 수 배운다. 안내자는 상대방 귀에 쏙 들어가게, 인상적으로 말을 해야 하는데 따분한 설명보다는 센스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 우리가 상대방에게 말을 할 때 상대의 기분도 살려주어야 한다는 것. 상대방이 부담 없이 들으면서 웃음을 주면 금상첨화라는 것. 유머 감각은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