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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으로 사는 내 인생에 느낌표를!

두 가지 지성

두 가지 종류의 지성이 있다. 그 하나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책에서 혹은 교사에게서 개념을 배우고 암기를 하면서 배우는 지성, 전통에서 또한 학문에서 배우는 지성이다. 그러한 지성의 힘으로 너는 세상에서 일어선다. 등급에서 남을 앞서기도 하고 남에게 뒤처지기도 한다, 그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에 따라 그 지식의 장 안팎으로 드나들며, 네 안의 지식의 판에 더 많은 지식을 새긴다.

또 다른 종류의 지성이 있다. 네 안에 이미 완성되어 존재하는 지성, 샘에서 흘러넘치는 샘물 같은 지성. 그 신선함이 가슴 한가운데를 적신다. 이 지성은 시들지도 썩지도 않는다. 그것은 늘 흐른다. 그것은 주입식 학습의 경로를 통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이 두 번째 지성은 샘의 근원이다. 네 안에서 밖으로 흘러넘치는. -젤랄루딘 루미
 (김찬호 지음 <교육의 상상력> 중에서)

타고 난 지성을 찾아주는 교육

타고 난 지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힌 사람이 바로 하워드 가드너이다. 종래의 IQ 개념에 대항해 제시된 다중지능 이론은 교육학과 심리학에 돌풍을 일으켰다. 필자는 다중지능 이론이야말로 노벨상감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부분에 노벨상을 준다면! 그동안 IQ에 묶여 상처 받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를 돌아본다면 다중지능 이론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정서치유 면에서도 획기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IQ가 성공에 기여하는 정도가 10% 이하라고 단정하기에 이르렀다.

교육심리학이 발전을 거듭하면 가드너의 8가지 지능을 넘어서는 지능이 발견되리라 확신한다. 인간의 뇌는 우주에 비교할 만큼 미개척 분야이기 때문이다. 천재라 해도 뇌 용량의 13% 정도 밖에 못 쓴다고 하니, 인간이 뇌를 100% 사용하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노력만큼이나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러나 그 뇌를 많이 사용한 천재들 중에는 신경학적인 고통을 겪으며 힘들게 살았다는 글을 보면, 우주의 신비를 푸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일도 불가사의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드너가 밝힌 언어지능, 음악지능, 논리수학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친화지능의 8가지 지능만이라도 철저히 숙지하여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의 가능성을 최대한 일찍 발견하여 키워주고 격려하며 칭찬해 주는 일이 선생님의 몫이다. 그것이 바로 소질과 적성을 파악하는 진로 지도가 아닌가. 지금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자 국가적인 사회 문제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은가.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힘들게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여 바늘구멍을 통과하여 취업을 하고서도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그 이유는 적성에 맞지 않아서라고 한다.

선생으로 사는 내 인생에 느낌표를

그러니 어떻게 하면 타고 난 지성을 일찍 찾아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일이 교육의 몫이다. 어린 시절에 아이들의 성향을 빨리 알아볼 수 있는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체험을 많이 접해 보는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그것은 재미있어야 하고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유치원 시절이나 초등학교 졸업 이전에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춘기가 도래하기 전에 찾아주어서 방황하는 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체험학습으로 자신의 타고 난 지성을 빨리 파악했다면 그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들을 인생의 롤모델로 삼아서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 그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설계하도록 돕는 것도 부모와 선생님의 몫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나무를 기르듯 받침대를 세워 주는 플래너가 되어야 한다. 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사회에서 통용되지 못하는 지식으로 평가하고 줄을 세워 낙오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을 과감히 고치지 않고는 학습동기를 잃고 뛰쳐나가는 아이들을 잡기 어렵다. 가정교육이 힘들어진 현실에서 학교 교육이 희망이다. 이제라도 우리 교육의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 상처가 난 곳만 땜질식으로 처방하는 교육시책으로는 오래 갈 수 없다.

옛 어른들이 흔히 하시던 말씀 중에 '누구든지 자기 밥그릇은 다 가지고 나온다'는 말씀이 있다. 참으로 현명한 말씀이 아닌가. 자기 밥그릇은 바로 타고난 지성인 셈이다. 그런데 그 밥그릇을 너무 크게 가지려하거나 남의 밥그릇까지 부당하게 차지하려는 물신주의에 매몰된 비뚤어진 욕망이 문제다. 그러니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이 되게 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고 정치의 숙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학교 교육은 희망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세상이 온통 흙빛으로 어두워도 학교 교육만은 아이들이 가진 밥그릇을, 타고 난 지성을 찾아주는 노력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가능성이라는 빛을 담아줘야 한다. 

'교육은 머릿속에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씨앗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 한 칼릴 지브란의 성찰은 2013년 나의 화두선이다. 새로 만나게 될 아이들의 씨앗을 찾기 위해 몰입하고 싶다. 사람마다 적어도 서너 가지 지능은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공부 시간 틈틈이, 노는 모습에서, 체험학습에서 아이들이 지닌 씨앗을 기록하며 물을 주고 관찰일지를 쓸 계획이다. 어느 순간에 반짝일지 모르는 아이들의 타고난 지능의 밥그릇을 보기 위해 과학자처럼, 사진사처럼, 작가처럼 온 신경을 곤두세워 기록을 남길 포트폴리오를 생각하니 미리부터 즐겁다.

2000년대를 장식했던 웰빙 시대를 넘어 이제는 힐링의 시대다. 장수의 비결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넘치는 가운데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지식들은 선하게 사는 것이 오래 사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선하게 사는 것은 육체를 넘어 선 정신적인 삶에 가치를 둔 것이다. 정신이 먼저인가, 육체가 먼저인가를 선택하는 말이 아니다. 교육은 바로 그 정신, 타고난 지성을 꽃 피우게 하는 숭고한 작업이어야 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선하게 인생을 살 수 있게 조력자가 되어 선생으로 산 내 인생에 느낌표를 찍을 수 있으리라.

인생이란 스마트폰이다. 날마다 충전하지 않으면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책으로 관계로, 자존감으로 충전해야 한다. 날마다 밥을 먹어 몸을 충전하듯, 영혼과 정신에 에너지를 충전시켜 줘야 살아남는다. 문명의 이기가 고도로 정련되어 가는 속도를 능가하려면 인간의 뇌는 더욱 앞서 가야 한다. 기계에 예속된 삶을 살지 않으려면. 스마트폰 중독을 넘어 제대로 이용하는 선택과 몰입이 중요한 이유다. 고독을 이기지 못하여 카톡에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는 지혜는 타고 난 지성의 힘에 있다. 내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라면 나는 충전기가 되어 언제든지 에너지를 채워줄 수 있도록 겨울방학 동안 내 밥그릇을 닦는 중이다. 아무리 봐도 좋은 책을 능가하는 수세미는 없는 것 같다. 부지런히 닦아서 반들거리는 그릇을 들고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붙일 성냥개비를 채우는 중이다. 위대한 교사를 꿈꾸기라도 해야 그 발밑에라도 설 수 있을 것이니!

평범한 교사는 지시한다. 좋은 교사는 설명한다. 뛰어난 교사는 모범이 된다. 위대한 교사는 마음에 불을 붙인다. -윌리엄스 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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