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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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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직원 구두를 닦아드립니다"

교직원 여러분! 지난 한 해 율전교육을 위해 애 많이 쓰셨죠. 그 노고에 감사드리며 제12회 졸업식을 앞두고 하루 전날인 2.6(수) 구두닦이 전문가를 초빙하여 구두닦이 서비스(08:30-16:30)를 하니 집에 있는 본인 구두는 물론 가족 구두 여러 켤레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시범 삼아 제 구두 닦았는데 그 광택이 몇 주일 갑니다. 율전가족 여러분! 저와 맺은 아름다운 인연 길게 간직하시고 새해에도 늘 건승하시길…. 교장 이영관

학교 홈페이지에 필자가 올린 글이다. 교장이 교직원을 위하여 구두닦이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교장이 직접 닦는 것은 아니고 전문가를 불러 서비스 하는 것이다. 처음엔 학생들을 불러 교장이 구두닦는 것을 가르치고 은사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려 했으나 아마추어가 할 경우 오히려 구두를 망가뜨린다고 아내가 충고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교장이 사비로 부담한다. 공금으로 할 성질의 겻이 아니다.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우리 학교 교직원, 어찌하여 이리 좋은 분들만 모였을까? 교장, 교감이 지시하기 전에 맡은 일을 알아서 척척 처리한다. 교장의 생활철학 6的(긍정적, 능동적, 적극적, 자율적, 교육적, 창의적)을 학교에서 실천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있을끼?


그래서 지난 달 12월 성적사정회에서 구두닦이 서비스 내용을 공표한 것이다. 잘 하고 있는 교직원에게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 그 고마움을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혁신학교, 창의경영학교, 교사업무경감 시범학교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데 교장 잔소리가 필요 없다. 교사들간, 행정실과의 불협화음이 없다. 화합하는 그것이 고마운 것이다.

구두닦이 서비스 아이디어 어디서 나왔을까? 교장실에 멀리서 손님 한 분이 오셨다. 지금은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교직 선배님인데 멀리 포항에서 오신 퇴직 교장이다. 경력을 보니 경산교육장, 포항교육장, 포항고 교장을 하셨다. 이 분과 대화 중에 교육철학, 인생관 이야기를 하다가 서번트 리더십이 나왔다.

교육장 3년을 하고 일선 학교에 나가니 교직원과 소통이 잘 안 되고 서먹서먹하기에 먼저 다가가고자 실천한 것이 바로 이 구두닦이 서비스. 포항시내 백화점, 터미널 등의 구두닦는 곳을 찾아 직접 구두를 닦아보게 하고 가장 뛰어난 기술자에게 일당 얼마 주기로 하고 초빙했다고 한다. 단, 구두 수량과는 상관없이 계약을 맺은 것이다.

구두닦이 기술자는 아침 6시 30분부터 퇴근 때까지 교직원이 가져온 수 백 켤레의 구두를 정성껏 닦아 반짝반짝 윤이 나게 하여 되돌여 주었다. 교장과 교직원과의 사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의견 충돌할 사이 없이 친밀감이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교장이 먼저 손을 내밀고 교직원에게 다가가는데 그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 선배님은 피츠버그의 동기-위생이론을 이야기 한다. 한 마디로 인간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불만족을 해소시켜 주면 일의 능률이 오른다는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장이 교직원을 존중하고 떠받들어 주는데 교육을 소홀히 할 리 없다. 맡은 바 직무에 성실히 임한다. 교육에 열정을 바치는 것이다.

필자도 수소문하여 최고의 구두닦이를 찾아보았다. 백화점, 버스터미널, 역전, 도교육청 앞, 버스정류장 등. 그러나 장비를 갖추고 출장 오기가 어렵다. 우리 아파트 알뜰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구두닦이 장인을 발견하였다. 시험 삼아 구두를 닦아 보았다. 그 수준이 높다. 닦은 후 구두 볼을 헝겊으로 살살 문지르니 광택이 몇 주간 그대로 유지된다. 출장 장비도 다 갖추었다.

2월 6일 교직원의 환한 미소가 기대된다. 교직원 한 명당 구두 5켤레만 가져와도 200여 켤레가 된다. 켤레 당 3천원이니 5켤레면 1인당 1만5천원 정도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서비스를 받고 대접을 받는데 그 누가 싫어할까? 필자도 교직생활 30년이 넘는데 학생 구두닦이 서비스는 받은 적은 있어도 교장 서비스 받은 적은 없다. 우리 사회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지도자가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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