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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중력을 거스른 사랑 이야기

운명을 이기는힘, 소통의 알약은?



영화 <업사이드 다운> 포스터 중에서.  아담(짐 스터게스)은  에덴(키얼스틴 던스트)을 만나기 위해 특수물질을 만든다

금지된 운명조차 바꾼 위대한 사랑 이야기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두 세계에 사는 상부 세계와 하부 세계는 마치 양극화된 현재의 세상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결코 공존하기 힘든 상위 1%의 사람들이 사는 세상과 99%의 하부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 속의 세상을 판타지의 세계 속에 장치해 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영화입니다. 위아래가 거꾸로 상반된 두 행성이 태양을 따라 공전하는 세상, 정반대의 중력이 존재하는 두 세계의 만남은 결코 용납되지 않습니다. 두 세계가 가장 가까이 맞닿은 비밀의 숲에서 우연히 만난 하부 세계의 아담(짐 스터게스)과 상부 세계의 에덴(커스틴 던스트)은 강렬한 끌림을 느끼게 됩니다. 모든 사랑 이야기가 그렇듯 두 사람의 진실한 사랑은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어긋난 우주불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이 속한 세상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아담과 에덴. 남다른 천재성을 지닌 아담은 사랑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상부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특별한 물질을 개발하는데 성공합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 체온이 높아져 몸이 타버리기 전에 빠져 나와야만 합니다. 드디어 아담과 에덴이 서로 마주하게 된 운명의 순간, 그러나 국경수비대로 하여금 발각되어 추격을 당하기 시작하며 관객을 긴장 속으로 몰아갑니다.

상부 세계의 사람들이 아래로 내려갈 수도, 하부 세계의 사람들이 위로 올라갈 수도 없는 모습은 신분 상승을 꿈꿀 수 없는, 가난의 대물림과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어둠과 칙칙한 진흙 땅,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웅크리고 숨어있습니다. 둘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새로운 발상과 거대한 스케일의 SF 판타지 블록버스터 <업사이드 다운>은 놀라운 상상력과 환상적인 비주얼로 관객의 시선을 압도합니다. 특히 위와 아래가 거꾸로 상반된 두 행성이 태양을 따라 공전하며 정반대의 중력이 존재한다는 설정은 그 어떤 영화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어 새롭습니다. 기발하고 새롭고 놀라운 판타지 세계는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하며 마지막까지 신비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 속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이뤄내는 두 주인공의 간절한 사랑이 중력마저도 이겨내며 마치 현실 속의 한 장면인 것처럼 관객을 몰입하게 합니다.

<업사이드 다운>의 출발점이자 놀라운 미지의 세계를 창조시킨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 감독은 이미 2001년 단편 영화 <머리 없는 남자>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그 천재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스토리 텔링이 발휘된 <업사이드 다운>은 기획과 시나리오 단계부터 촬영과 편집은 물론 소품 하나하나까지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와 섬세함이 곳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판타지와 상상력, 로맨스가 조화를 이룬 영화

SF와 판타지, 그리고 로맨스를 접목시킨 전혀 새로운 영화 <업사이드 다운>.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두 남녀가 중력의 법칙마저 거부하며 선사하는 로맨스는 ‘커스틴 던스트’와 ‘짐 스터게스’의 완벽한 조합으로 애틋함을 더합니다. 결코 소통할 수 없는 두 세계를 잇는 것은 결국 사랑이었으니, 사랑은 인간의 역사를 관통하는 영원한 주제인가 봅니다.

소통을 부르짖는 세상, 관계 맺기의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나와 너의 장막 안에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을 감성과 상상력으로 터치하며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사랑이라는 진부한 언어 한 마디를 위해, 따스한 감동과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 영화입니다. 작품의 배경 또한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장치로 시종일관 몰입도를 높여주는 영화입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이나 자녀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남녀 간의 로맨스가 주제이지만 화면 설정은 매우 고급스럽고 조심스러워서 걱정하지 않을 수준입니다. 플라토닉 러브에 가까운 고전적인 설정이니 염려하지 말고 가족끼리 보아도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레 미제라블>을 보던 때처럼 양극화 된 현실 세계를 보는 듯 한 아픔을 느껴야 하는, 누군가에게 빚을 진 것 같은 깃발을 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가슴 한 켠에 남는 영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는 한숨을 내쉴 수도 있고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 가족의 소중함,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향한 작은 손짓까지도 돌아보게 하는 시사적인 영화이기에 깊은 울림을 안겨준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에덴을 만나기 위해 발명품을 만든 아담처럼 제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알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 그 알약이 바로 사랑임은 누구나 아는 진부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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