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의 연구비가 매월 40만원이라고 한다. 교장, 교감들은 수석교사가 교장과 교감보다 더 좋다고 한다. 업무추진비가 있지만, 수석교사의 40만원이 부러운 눈치다. 교장, 교감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진정성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이 한마디에서 수석교사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수업도 주당 10시간이고 연구비도 40만원을 받는다니 부러운 것일까.
그러나 수석교사의 40만원은 수석교사 몫이 아니다. 이 40만원이 온전히 그들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40만원은 연구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매월 보수에 포함되는 단순한 수당차원이 아니다. 반드시 영수증을 첨부해야 하고 연구비 사용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 각각의 명목을 꼭 지켜야 한다고 한다. 다른 교사들이 보기에는 40만원을 더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40만원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학교나 시범학교, 선도학교등을 운영해 보았다면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지만 확보된 예산을 규정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필요한 부분에 사용을 하는 것은 쉽지만 해당 규정에 맞게 사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항목마다 사용 가능한 부분과 가능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석교사의 40만원이 바로 이런 규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수석교사는 일선학교에 배치가 되면 수업컨설팅 업무를 주로 하게 된다. 교사들에 대한 컨설팅은 기본이고 때로는 교생실습을 나온 예비교사들의 컨설팅도 맞게 된다. 신규교사의 멘토 역할도 하게 된다. 교내 장학업무도 대부분 이들의 몫이다. 학교마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공통적인 업무들이다. 수업 10시간에 컨설팅만 하면 되니 아주 쉽고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실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들이다.
40만원을 매달 사용하기 위해서는 쉬지않고 연구활동을 해야 한다. 물론 다양한 연구활동을 하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수업도 해야 하고 컨설팅 업무도 해야하는 상황에서 연구활동까지 해야 하니,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장, 교감에게 매달 40만원의 연구비를 줄테니 연구를 하라고 하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학교경영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대답할 것이다.
수석교사의 업무추진비는 사용에 자율성을 높이거나 연구수당으로 주어져야 한다. 수석교사라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 왔는데, 학교에서는 서로가 수석교사 배치를 원하지 않고 있다. 정원외로 들어와 준다면야 대환영이지만 정원외가 아니다. 물론 강사를 쓰도록 지원이 되고 있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수석교사에게는 나름대로의 예우도 해 주어야 하고 담임도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수석교사는 나이가 많아서 담임을 할 수 없다고 생각 하겠지만 수석교사 중에는 40대 초반도 여럿있다. 수석교사가 아니라면 담임을 맡길 수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석교사도 나름대로의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교장, 교감의 눈치를 보아야 할 때도 있고 교사들의 눈치를 보아야 할 때도 있다. 이런 학교현실이 수석교사제 발전의 걸림돌이다. 모든 학교에 한명씩 배치되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있는 학교보다 없는 학교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이들 수석교사들이 이야기를 안할 뿐이지 고충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필자는 수석교사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수석교사제의 활성화 방안은 간단하다. 연구비 40만원을 수석교사가 자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모든 학교에 최소 1명의 수석교사를 배치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욕심을 부린다면 교장, 교감들에게 수석교사제의 기본취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연수를 개최해야 한다. 교장, 교감이라는 관리직이 수석교사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교장, 교감들이 많다고 한다. 교장, 교감들의 인식변화야 말로 수석교사제의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