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한시를 한 편 접했다. 김성일(金誠一 1538~1593) ‘春日城山偶書(춘일성산우서) 봄날 성산에서’이다. 지금은 분명 봄이다. 봄을 알리는 교정에서는 벚꽃도 볼 수 있고 목련도 볼 수 있다. 산에서는 연분홍의 진달래꽃도 볼 수 있고 푸른 하늘도 볼 수 있고 구름도 새롭다. 밤하늘의 달빛은 하얀 꽃과 어울려 더욱 빛난다.
이 시의 내용은 이러하다. “誰謂吾生窶(수위오생구) 누가 우리 살림살이 가난하다더냐?/春來事事奇(춘래사사기) 봄 되면 모든 것이 기이한 것을./山鋪紅錦障(산포홍금장) 산에서는 붉은 비단 병풍을 치고/天作碧羅帷(천작벽라유) 하늘은 푸른 비단 휘장을 친다. /拂石雲生袖(불석운생수) 바위 스치자 소맷자락에서 구름이 피어나고 /呼樽月滿危(호준월만위) 술잔을 드니 달빛은 잘람잘람 넘친다. /古書還有味(고서환유미) 옛 책을 읽는 것이 으뜸가는 멋/芻豢可忘飢(추환가망기) 그 좋다는 고기 맛도 잊어버린다.”
이 시를 보면서 우리 선생님의 마음이 이러하지 않나는 생각이 든다. 봄은 선생님에게 부요하게 만든다. 그래서 봄을 먹는다. 봄을 입는다. 봄을 산다. 봄이 너무 귀하기 때문이다. 너무 귀해도 돈이 들지 않는다. 시간도 많이 들지 않는다. 노력도 많이 들지 않는다. 마음만 열어놓으면 된다. 나이와 상관없다. 경륜과도 상관없다. 오직 봄에게 관심만 가지면 된다.
우리 선생님들은 가난하지 않다. 추하지도 않다. 봄이 있기에 부하다. 넉넉하다. 조금도 돈 때문에 위축되지 않는다. 봄 산이 있기 때문이다. 봄 산은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봄 산은 힘을 얻게 한다. 진달래꽃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진달래꽃을 그리워한다. 고맙게 여긴다. 때가 되어 진달래꽃과 친하며 즐긴다. 혹시 돈 때문에 갈등을 느끼고 마음에 편치 않으면 봄 산을 즐기면 된다.
우리 선생님들은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감정이 메마르지 않는다. 언제나 봄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 봄 하늘은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정직한 마음을 준다. 아름다운 마음을 준다. 새로운 마음을 준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봄 하늘을 쳐다보면 위로를 받게 된다.
우리는 남을 의식하며 살지 않는다. 하늘은 구름을 의식하지 않는다. 아무리 방해를 놓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때는 방해를 놓아도 함께 어우러져 즐길 때도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오직 우리의 걸어갈 길만 걸어가면 된다. 학생들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기르면 된다. 높은 인격을 갖춘 사람 기르면 된다. 능력 있는 인재를 키우면 된다. 학력 증진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주면 된다. 깨끗지 못한 학생들은 보면 맑은 하늘을 보게 하면 된다. 거친 말을 하는 이가 있으면 부드러운 하늘을 바라보게 하면 된다.
우리 선생님들은 피곤을 느끼지 않는다. 달빛이 친구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하루가 저물어 허무해질 때면 달빛이 친구가 되어준다. 저녁이 되어 찻잔을 들고 밤하늘을 쳐다보면 달빛은 봄꽃과 어우러져 우리에게 살며시 다가온다. 잘람잘람 넘치며 재롱을 부린다. 그러면 하루의 피로가 사라진다.
우리 선생님들은 깊은 밤이 오면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지 않는다. 옛 책을 친구로 삼으면 된다. 책마다 특징 있는 세상이 있다. 책마다 마을을 이룬다. 책마다 외로움을 달래준다. 책마다 희망을 보게 한다. 책마다 빛을 보게 한다. 책마다 갈 길을 제시한다.
옛 책을 읽는 것이 으뜸가는 멋이다. 고기보다 더 맛있고 멋있다. 주위에 널부러져 있는 책을 귀하게 여기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언제나 풍성한 삶이 된다. 넉넉한 삶이 된다. 부드러운 삶이 된다.
선생님의 마음가짐은 신학기 때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필요하다. 벌써 신학년도 한 달이 지나갔다. 4월부터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 달을 맞이하면 된다. 우리에게는 초심도 필요하고, 진심(성실)도 필요하고 열심(열정)도 필요하다. 이를 삼심(三心)이라고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