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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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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기말 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100점을 맞은 아이! 아무리 생각해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난독증을 주제로 <전남학습연구년 특별연수 과정>을 마치고 새로 부임한 면 소재지 시골 학교에서 만난 5명의 아이들. 그 속에는 내 주제와 관련된 학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가 죽은 아이, 발음도 부정확하고 말씨도 어눌하고 읽기 시간이면 더 기가 죽은 그 아이는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무엇보다도 그 아인 다른 아이들보다 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였다.

특히 시험지를 주면 다른 아이들보다 두 배 정도는 시간을 주어야 겨우 풀어낼 정도로 문자 읽기를 두려워 했다. 소리를 내어 읽지 않고 눈으로만 읽어서는 주어진 문제에서 무엇을 물어보는 지도 모를 만큼 전형적인 난독증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매 시간 그 아이를 위해서 지문을 읽어 주었고 형성평가를 할 때에도 읽어주기를 반복했다. 눈으로 읽으라고 하면  답을 쓰지 못하는 아이가 소리를 듣고는 비슷한 답을 내곤 했다.

받아쓰기에서는 소리나는 대로 쓰지만 암기 실력은 출중함을 발견했다. 짧은 시 외우기를 내면 제일 잘 외웠다. 그 아이의 자신감 획득을 위해서 두 달 가까이 짧은 시나 문장 외우기 숙제를 냈고 확인학습을 병행하니 그 부모가 무척 좋아했다. 칭찬을 통한 자신감 획득은 자존감을 높이는 필수 조건이다. 집에 와서 부지런히 외운다며 공부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감사하다고 전화가 오곤 했다. 특히 그 아인 수학에 흥미가 있었다. 3학년 과정에 도입된 평면도형의 이동을 다루는 문제는 매우 정교하게 그려내는 솜씨를 보이며 공간지능이 우수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난독증 아이를 위한 배려 절실한 교단

문제는 평가를 할 때마다 그 아이를 위해서는 늘 시간을 더 주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시험이란 공정해야 하니 시험을 치르는 시간도 동일해야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시험을 치를 때마다 그 아이는 따로 시간을 내서 따로 시험을 보는 시간을 주었다. 더 나아가 혼자서 소리 내어 읽으며 시험을 치르게 하였다. 학기 초에 기초학습 부진 학생이었던 아이는 이제는 당당히 그 터널을 통과했다. 적어도 국어, 수학, 과학에서는! 문제는 사회 과목이었다. 독해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의 주된 현상이 사회 과목의 부진으로 나타난다.

여름방학을 결정적 체험학습의 계기로

이제 여름방학을 앞두고 그 아이 어머니를 만나 신신당부를 하였다. 글눈을 뜬 아이가 뭐든지 물어보길 좋아한다며 어머니도 즐거워 하신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앎을 향한 더듬이가 솟아난 그 아이가 일취월장하는 계기는 여름방학이라고 누누히 강조하였다. 아이를 데리고 부지런히 여행도 다니고 책방이나 도서관, 체험학습을 다니라고. 배움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으니 이제 한참 달아오른 그 아이는 뇌폭풍 속에 있다고.

지난 4개월 동안 나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그 아이를 보며 가르침의 기쁨, 안타까움, 좌절의 언덕을 아이와 함께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이제는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서 읽는 책의 종류도 다양해진 아이, 수학 시간만큼은 따로 시험 보는 시간을 늘려 주지 않아도 풀어내는 모습에 감동한다. 선생의 기쁨, 무명교사의 기쁨은 바로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음을 확인하며 여름방학을 기다리는 마음이 홀가분하다. 2학기에 그 아이가 보여줄 가능성을 상상하며 미리부터 즐겁다. 2013년 나는 분명 기적을 본 것이다. 기적은 노력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아이의 노고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장하다. 세원아! 사랑한다. 세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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